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그린벨트 결과 공유 파티 '용감한 여정'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8·28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이 피선거권 없이 출사표를 던지고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출마 자격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일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제가 당대표가 되어서 박지현의 5대 혁신안을 이뤄내는 것이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라며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 의원이 여러 가지 수사 문제에 얽혀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정치 보복을 하려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 우리 당은 방어에 급급할 것”이라며 이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은 현재 당대표 피선거권이 없다. 현행 민주당 당헌·당규는 입당한 지 6개월이 지나고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에게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부여한다. 지난 1일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이번 전당대회에 투표권을 갖는 권리당원의 당비 완납 시점을 올해 6월30일로 결정했으며, 지난 1월 말 민주당에 입당한 박 전 위원장은 이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앞서 대선을 전후해 민주당에 새로 유입된 청년 지지층(이른바 개딸·양아들)에게도 투표권을 주기 위해 당원 가입 및 당비 납부 최소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이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현행 조항을 유지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오래된 ‘게임의 룰’을 바꾸는 건 불공정 논란이 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단 “(박 전 위원장의 출마 자격) 문제는 당헌·당규상 어떤 조항이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비대위에서 논의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친이재명계인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남한테는 엄정하게 원칙을 강조하고 자신에게는 특별한 특혜를 요구하는 것으로, 특권을 거부하며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는 ‘청년정치’와도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이상민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피선(거권) 자격 있는 권리당원도 아니고 지방선거 대패에 대한 책임도 있음에도 당대표 출마 운운”한다고 적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6·1 지방선거 때 김동연 경기지사가 입당 직후 비대위·당무위 의결을 거쳐 민주당 내부 경선에 참여한 전례가 있다며 “당규에 따라 처리해주시면, 그 결과에 따르겠다”고 했다. 피선거권 자격을 “당무위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한 당규의 예외조항을 활용하면 당헌·당규 개정 없이도 자신의 출마가 가능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전 위원장에게 예외적으로 피선거권을 인정하려면 출마 요구 여론이 당 안팎에서 강력하게 분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 주변에서는 ‘당 대표 출마보다는 공부를 하거나 정치적 휴지기를 가져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박 전 위원장과 접촉한 당 관계자는 “결심하면 뒤를 보지 않는 스타일인 만큼 출마 결정도 그렇게 이뤄졌을 것”이라고 했다. 비대위원장 시절부터 호흡을 맞춘 당 관계자는 “당내 성폭력과 폭력적 팬덤에 정면으로 맞서온 박 전 위원장의 출마가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전당대회가 박 전 위원장 특유의 ‘독립군’적 정치력이 통할 무대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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