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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공천 불안심리 탓에 계파 갈등 격화”…‘명낙대전’ 다시 불거지나

등록 2022-06-06 09:00수정 2022-06-06 16:09

길 잃은 민주당 ①
‘170석 야당’ 진로 백가쟁명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6·1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 총사퇴를 결정한 가운데 3일 국회 대표회의실 문이 닫혀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6·1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 총사퇴를 결정한 가운데 3일 국회 대표회의실 문이 닫혀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금 승리하는 사람은 항상 무적처럼 보일 것이다.” 작가 조지 오웰의 말이다. 2018년 휘청이는 보수를 상대로 ‘20년 집권론’을 내놓을 때 더불어민주당도 패배 없는 수권정당을 장담했다. 그러나 민주당에 압도적 승리를 몰아줬던 민심은 4년 만에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지방정부를 모두 심판했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민주당 구성원들은 창당 이래 최대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잇단 패배 때문만은 아니다. 170석 의석을 갖고 있지만 개혁의 에너지도, 방향도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한겨레>는 민주당 안팎의 목소리를 모아 거대 야당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첫회에선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민주당 의원 24명을 심층 인터뷰해 당의 위기 원인을 짚는다. 선수와 계파를 안배했으며, 솔직한 답변을 위해 이름은 밝혀 적지 않는다. 

‘패권 다툼의 장이 될 것인가, 가치 혁신의 장이 될 것인가.’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선 백가쟁명식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패장’인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이 점쳐지고 이를 막으려는 친문재인계 의원들의 견제구가 이어지면서, 패전을 복기하기도 전에 민주당은 당권 다툼의 자장으로 빨려드는 모양새다. 그러나 “당의 노선과 가치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무엇보다 집권여당 5년을 지나는 동안 당내 가치 구도가 바뀌었다. 기존의 ‘기득권 대 반기득권’의 대립적 관점으로 풀 수 없는 문제가 늘었다고 보는 이들과, 민주당이 약자·서민을 위한 정당으로서 제구실을 못했다고 보는 이들이 당내에 공존한다. 지난 2~5일 <한겨레>와 심층 인터뷰를 한 민주당 의원 24명도 입장이 제각각이었다. 한 다선 의원은 “강남에 살면 다 기득권 특권층이라고 판단하며 우리 스스로 지지층을 협소하게 만들었다”며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는 이제 빈곤층만을 위한 정책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각 정책 수혜 계층에 맞도록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강정책 속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인데 중산층의 외연이 넓어진 만큼 민주당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야당이 된 지금, 집권여당 시기보다 일보 왼쪽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또다른 다선 의원은 “이번에 기존 지지층이 선거에 안 나선 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뭐가 다르냐’고 생각해서다. 약자를 대변하고 권력 있는 이들과 싸워주는 민주당일 때에만 보수당과 차이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전당대회를 두고 “당을 어떤 방향으로 끌어가야 할지, 어떻게 국민의 삶을 바꾸고 정치를 개혁할지 근본부터 이야기하는 전당대회여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땜질식 처방은 총선 실패로 이어질 것이고 3연패, 4연패, 5연패로 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70년대생 90년대 학번인 이 의원은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사람을 통해 희망을 얻는 것 아니겠냐”며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인간의 욕망이 투영되는 시장에 대해 86세대 중심의 우리 당이 전통적인 가치와 노선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 제기돼온 ‘86 용퇴론’과 맞닿은 주장이다. 86세대인 다선 의원은 “86세대 스스로 물러나긴 어렵다”면서도 “그 이후 세대들이 과거 40대에 정풍운동 나선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처럼 도전하고, 그 주장이 귀 기울여 들을 만하다면 나라도 돕겠다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당대회는 결국 대선 경선에 이은 2차 ‘명낙대전’(이재명 쪽과 이낙연 쪽의 경쟁)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친이재명계(친명계) 의원들은 “강력한 실천적 리더십을 보일 사람은 이재명”이라며 “끝까지 일을 매듭짓는 것도 책임을 지는 방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면 대선 당시 이낙연 전 대표를 도왔던 여러 의원들은 “이재명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오는 건 염치없는 행동”이라며 “전쟁에서 자기만 살아 오고 병사는 다 죽었는데 그럴 수 있나”라고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계파 갈등이 격화될 양상을 보이는 데 대해 일부 의원들은 ‘책임 있는 이들이 서로 반성하고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다선 의원은 “다른 진영에서 당권을 잡으면 우리는 다 (공천에서) 죽는 거 아니냐는 불안심리 때문에 계파 갈등이 심한 것”이라며 “새로 구성될 혁신 비대위가 전당대회 준비뿐 아니라 공천 혁신 방안 등을 마련해 그 불안을 잠재우고 양쪽은 출마를 자제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다른 재선 의원도 “패배에 책임 있는 친문·친명계, 86세대의 상징적 인물들은 차라리 출마하지 않기로 하고 새로운 리더십으로 가자고 선언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심우삼 wu32@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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