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월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7일 미국행을 앞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한 데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립현충원 묘역을 참배했다. 출국을 앞두고 민주당 계열 전직 대통령의 계보를 훑으며 자신의 ‘적통’을 강조한 것으로, 향후 정치행보를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기 귀국론’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조기 귀국) 계획은 현재로서는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이 전 대표는 5일 오전 페이스북에 “미국으로 떠나기 이틀 전.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님 내외분 묘소에 참배하고 출국 보고를 드렸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김 대통령님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깊은 사색의 말씀을 생각했다. 그 가운데서도 김 대통령님의 마지막 말씀을 국민과 함께 되새기고 싶었다”며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남긴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문구를 인용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25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1년가량 미국 워싱턴에 있는 조지워싱턴대의 한국학연구소에서 남북 관계와 국제정치에 대해 공부하고 미 정치권, 전문가들과 인맥을 쌓을 예정이다.
이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다만 ‘출국 보고’까지 하며 미국행에 의미를 부여한 이 전 대표의 ‘현실정치 이탈’이 무한정 장기화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드물다. 일각에서는 대선·지방선거 패배 이후 시작된 당내 혼란이 가라앉지 않을 경우 이 전 대표가 조기에 귀국할 가능성까지 점친다. 민주당에서는 이 전 대표 측근들을 포함한 범친문재인계와 이재명계가 선거 패배 책임론과 향후 당 주도권 등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표와 주변 의원들은 일단 조기 귀국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조기 귀국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알겠냐만 예정은 1년”이라며 “(앞당겨서 들어올) 계획은 현재로서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도 “조기 등판론은 그걸 바라는 사람이나, 그걸 꼬투리로 공격하고 싶은 사람들의 상상일 뿐”이라며 “현재로서는 미국으로 떠나는 것 하나만 팩트”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상당 기간 정치권과 거리를 두다가 정치적 존재감이 극대화될 시점을 골라 재등판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의원은 “이재명 의원은 조급함 탓에 대선에 이어 지선 패배의 책임까지 뒤집어쓰면서 자신의 정치적 자본을 여러모로 깎아 먹은 상황”이라며 “이낙연 전 대표 입장에서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뒤로 물러나 있으면서 긴 호흡으로 재등판 타이밍을 고르는 게 낫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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