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 위치한 기업형 메이커 스페이스 'N15'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해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국토보유세(기본소득토지세) 공약을 “국민이 반대하면 하지 않는다”며 한발 물러섰다. 민주당 쪽에서는 고집스럽지 않은 실용적·합리적 이미지로 중도층에게 다가가겠다는 행보를 강조하지만, 주요 공약 번복으로 비치면서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 29일 <채널에이> 인터뷰에서 국토보유세 공약에 대해 “90% 이상의 국민은 내는 것보다 받는 것이 많기 때문에 사실은 세금 정책이기보다는 분배정책에 가깝다”면서도 “이것에 대해 불신이 많고 오해가 많기 때문에 국민의 동의를 얻는 전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기본소득과 연동된 국토보유세 효능이 입증되면 국민적 저항도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지만, 증세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사실상 국토보유세를 철회한 것으로 읽힌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세금 형태로 환수하겠다는 국토보유세는 이 후보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대표적인 부동산 공약이다. 기본소득의 재원이기 때문에 무게가 더욱 실린 세제였다. 그러나 국토보유세 도입이 증세로 받아들여지고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이 후보는 철회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리서치가 <한국방송> 의뢰로 지난 26~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토보유세 도입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60.2%로, ‘공감한다’는 의견(32.4%)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국토보유세 공약을 철회한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조정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선대위 관계자는 “정책적 유연성과 절차적 민주주의를 중시한 것으로, 공약 자체를 흔들었다기보다 합리성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틀을 바꾼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가 모든 정책의 전제 조건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철회나 유보라기보다 오해가 풀리면 국토보유세에 대한 여론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며 “국민이 궁극적으로 거부하면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실용적 원칙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철회에 이어 국토보유세 유보 가능성을 내비치자 야당은 ‘대선 득실에 따라 중요 공약을 뒤집는 불안한 후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표 득실에 따라 이 후보가 공약 포기 도미노 행진을 벌일 것이라는 예언이 현실화하고 있다“며 “대선 백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꿨다. 여당 후보에 국민들은 불안하고 무섭다”고 밝혔다.
김창인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불과 보름 전 ‘국토보유세 반대는 바보짓’이라고 했던 사람과 동일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며 “이 후보는 ‘아니면 말고’식 정책 허풍이 아니라 대선 후보로서 책임감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조윤영 심우삼 송채경화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