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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성소수자 혐오’ 판 깔아준 민주당

등록 2021-11-25 19:13수정 2021-11-26 10:27

현장에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제공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제공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 방청석에 앉아 토론을 지켜보던 한 남성이 눈을 질끈 감았다. 토론회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패널로 참석한 이요나 목사가 “동성애자로 살고 싶다는 것은 성폭행을 당한 것도 아니고 개인의 의지, 지향 아니냐”며 ‘동성애는 치료 가능하다’는 취지로 발언했을 때다. 그는 동성애를 그릇된 성중독, 즉 일종의 질병으로 보고 이성애로 바꿔주는 ‘전환치료’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금도 수많은 어머니들이 탄식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전환치료를 위해) 찾아온다”고도 했다.

이날 토론회는 그간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해 온 기독교 단체가 주최한 것이 아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주최했다. 민주당은 10만명의 국민청원동의로 국회에 회부된 차별금지법 심사를 앞두고 국회에서 논의의 물꼬를 트겠다며 이날 토론회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토론회 패널 중에 민주당 의원은 한명도 없었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해 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5명이 찬성 패널로 참여했고, 반대 패널 5명은 이 목사를 포함해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혐오 선동에 앞장서 온 인사들로 채워졌다. 법안 논의의 주체인 민주당은 뒤로 쏙 빠진 채, 찬반 논쟁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됐고 ‘토론’이란 명목으로 온갖 차별과 혐오 발언이 여과없이 토론회장에 울려퍼졌다.

차별금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나이,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법이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오늘의 자리는 입법부에서 합리적 토론이 시작되었음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주민 의원은 “이 법을 더 미루는 것은 사회적으로 무책임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이들이 민주당의 ‘진정성’을 의심한다. 2007년 첫 발의 이후 수없는 토론과 논쟁을 거쳤고, 심지어 민주당 의원들도 직접 발의한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놓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찬반을 묻는다는 것이 합당한가라는 비판이다. 장혜영 정의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토론을 하겠다면서 한쪽에는 차별받는 사람을 부르고 다른 한쪽에는 차별하는 사람을 부르는 것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며 “언제부터 동성애자란 이유로 다른 시민을 죄인으로 취급해도 된다는 궤변이 민주공화국의 국회에서 하나의 주장으로 받아들여졌는가”라고 따져물었다.

민주당이 결국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세력’에게 마이크를 쥐여주고 이를 차별금지법 제정에 소극적인 자신들을 정당화하는 ‘알리바이’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민주당 성소수자위원회 준비모임(권리당원 자발적 모임)은 “차별금지법을 어떻게 만들지를 고민하는 대신 찬반 토론회를 여는 것은 명백한 퇴행”이라며 “상식에 반하는 주장을 펼치는 소수의 혐오세력을 공론장에 끌어들이는 것이야말로 여론 호도”라고 했다.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이날 “차별과 혐오에 맞서기 위해 살아온 오늘까지 이처럼 모욕적인 순간이 없었다”고 했다. 인권은 합의의 대상도 찬반의 대상도 될 수 없다는, 민주공화국의 기본 가치를 망각한다면 어떠한 시도를 하든 ‘의도된 실패’로 귀결될 것이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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