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기자사 9월25일 오후 광주·전남 지역 순회경선이 열린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광주/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광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남아무개(57)씨는 이번 대선이 낯설다. “예전엔 2~3명이 모이면 정치 이야기, 후보 이야기를 했는데 요즘은 그런 풍경은 거의 없어요. ‘다 그 사람이 그사람이다. ‘누가 해도 똑같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후보 선출 뒤에도 ‘뜨지 않는’ 호남 지지율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민주당 텃밭에서도 안정적인 지지율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호남마저 흔들린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집토끼 단속’이 여의치 않아 중도확장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우려다. 이런 흐름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잘 나타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티비에스>(TBS) 의뢰로 지난 12~13일 전국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물은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호남 지지율(20.1%)이 20%대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58.1%였다. 지난 5~6일 같은 조사와 비교하면 윤 후보(16.6%)와 이 후보(53%) 모두 호남 지지율이 올랐지만, 민주당의 ‘텃밭’에서 윤 후보가 20%대 지지율을 기록한 건 민주당 입장에선 뼈아픈 대목이다. 호남 지역의 한 의원은 “여론조사상 민주당 후보가 보통 70% 선은 나와줘야 한다”고 초조해했다.
이 후보는 호남 민심을 고려해 민주당을 탈당한 인사를 대상으로 ‘당내 대사면 카드’를 띄웠지만 좀처럼 당내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윤 후보가 호남 출신 전·현직 의원들을 영입하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호남은 일단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면 확실한 지지를 보내줬는데 지금은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 후보를 조금 더 지켜보자’는 기류가 있다”며 “거칠고 불안한 후보라는 생각 때문에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를 찍지 않았던 사람들이 여전히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것”이라고 짚었다. 예전처럼 호남에서 ‘민주당 후보니까 무조건 찍어준다’는 흐름과는 다른 분위기라는 것이다. 실제로 광주의 40대 여성 문아무개씨는 <한겨레>에 “노무현 전 대통령때는 진짜 존경하거나 당선을 바라는 이들이 많았는데, 이 후보에게는 그런 것은 없다. 지지가 뜨겁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생 오아무개(23)씨도 “이재명 후보가 시원시원하고 실행력이 좋다고는 하는데, 인터뷰 때 보면 자기와 다르면 배척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너무 적을 많이 만든다. 싸움닭 같고 신뢰가 안간다”고 했다. 호남의 한 의원은 “호남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데도 전통적 지지층이 유보적 태도를 취하는 게 있다”며 “결국 선대위나 이재명 후보가 보다 좀 개혁적이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를 호남에서도 원할 것이다. 앞으로 그런 행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이 후보에게 여전히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도 호남 지지율 정체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 지역 경선에서 광주·전남 지역에서만 유일하게 이 전 대표에게 졌다. 호남의 또 다른 의원은 “아직 선대위에 이 전 대표의 하부조직 결합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 전 대표를 돕던 지지자들의 마음도 풀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의견을 의식한 듯 이 전 대표 쪽은 지난 16일 ‘조직 담당’이던 김철민 의원 등 핵심 관계자 20여명이 모여 ‘결합’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다음 주 주말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할 예정이다. 서영지 기자, 광주/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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