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머리를 만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지난 8월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에서 투기 의혹이 드러난 의원들에 대한 징계안을 단 한 건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11일에는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철규 의원에 대한 ‘탈당 권고’를 취소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이 수사기관에서 통보받은 바에 따르면 불입건 처분됐다고 한다”며 “최고위는 수사기관 판단을 존중해 이 의원에 대한 탈당 권고 처분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우리 당 의원들이 권익위에서 받는 지적들과 관련해 수사기관의 공식적인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처분들을 업데이트하겠다”고 덧붙였다. 추가로 무혐의 처분이 이어지면 다른 의원들에 대한 탈당 권고도 취소하겠다는 얘기다.
애초 이 대표는 권익위의 부동산 조사 발표를 앞두고 엄중 조처를 강조한 바 있다. 지난 6월 초, 당 대표 당선 기자회견에서 “적어도 민주당의 기준보다 엄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며 권익위의 부동산 전수조사에 따른 당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약속했고 이후에도 “공언했던 입장을 지키겠다”며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려 했다.
올해 8월 말 권익위는 부동산 의혹 의원 12명의 명단을 전달했지만 자체 소명을 들은 뒤 6명(강기윤·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한무경)에 대해서만 탈당 권고 및 제명하기로 의결했다. 이 중 용인시장 재직 당시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정찬민 의원을 제외하고는 당내에서 활동하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이기도 한 강기윤 의원은 당내 ‘코로나 백신 티에프(TF)’ 위원장도 맡고 있다. 최춘식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캠프 경기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5일 이들을 징계할 수 있는 윤리위원회도 출범시켰지만 탈당 권고 거부에 따른 징계 움직임은 전혀 없다. 비례대표인 한무경 의원은 의원총회를 열어 제명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실행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의혹이 불거진 비례대표를 내보낸 민주당과 차이가 나는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한무경 의원 제명안을 아예 공식 안건으로 올리지 않으려고 지난 8월 이후 의총을 열지 않고 있다. 원내 현안을 보고하고 논의하기 위해 ‘현안 보고’라는 이름으로 의원들을 모아 의총처럼 활용하는 ‘꼼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도 본회의 직전 ‘현안보고’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번 모임을 “의총”이라고 표현했다가 “보고”라고 긴급히 정정하기도 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한겨레>에 “국민들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힐 때까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양당 모두 서로 더 잘못했다고 징계를 미루는 모양새인데 공당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모습은 정당에 대한 신뢰를 떨어지게 한다”고 비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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