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길목에서 맞붙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살아온 궤적만큼이나 정책 시각도 확연히 다르다. 전국민 재난지원금부터 부동산 문제 해법에 이르기까지 주요 현안에서 두 후보는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본선에서는 ‘사생결단’의 상호 네거티브전과 함께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공약 대결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후보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주장은 ‘분배를 통한 성장’ 철학과 궤를 같이한다.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 등 ‘기본 시리즈’는 양극화 완화, 경제 활성화로 경제적 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기조 아래 있다. 반면 윤 후보는 ‘성장을 통한 분배’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일 후보 수락연설에서도 “1000조원이 넘는 국가채무는 미래 약탈”이라며 과도한 국가채무와 포퓰리즘을 지양하자는 목소리를 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방문, 최혜영 의원의 휠체어를 밀어주며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두 사람은 주말 이 후보가 주장하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충돌했다. 윤 후보는 6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자영업자에 대한 코로나19 피해보상은 손실을 보상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몇 퍼센트 이하는 전부 지급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 후보는 “올해 초과 세수가 약 40조원가량 될 것이고 한다. 부자 나라에 가난한 국민이 온당한 일이냐”며 “(재난지원금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매출을 지원하는 경제정책이다. 구휼이 아닌 경제정책인 만큼 대상을 선별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산업정책과 관련해서는 이 후보가 불공정 거래 등에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반면, 윤 후보는 민간 중심의 경제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 52시간제와 관련해서도 윤 후보는 예외 조항을 둬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추가 근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반면, 이 후보는 주 4일제 도입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야기할 때가 왔다”(지난달 28일)고 말한 바 있다.
표심에 영향을 미칠 최대 이슈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 해법 역시 접근법이 다르다.
두 후보 모두 ‘임기 내 250만호 공급’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후보는 공공 주도의 공급 확대를, 윤 후보는 민간 주도의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후보는 250만호 중 100만호를 ‘기본주택’으로 배정해 주거권을 안정시키겠다고 했다. 기본주택은 무주택자가 건설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반면 윤 후보는 각종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를 풀어 민간 중심의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성난 부동산 민심이 정권교체론을 받치고 있다고 보고, ‘시장 중심’의 부동산 문제 해결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6일 오후 이준석 대표와 오찬을 위해 서울 마포구 염리동 한 식당으로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북핵에 주도적 해결사 역할”-윤 “한-미 협력 체계 강화”
대북·외교 정책에서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 연장선에서 해결사 역할을 강조했고, 윤 후보는 미국과의 협력 체계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 후보는 북핵 해법으로는 조건부 제재 완화(스냅백)와 단계적 동시행동을 제시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를 대북 견인책으로 활용하되 합의 불이행 시 제재를 복원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실질적 관계 회복을 위해 유엔에 남북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에 대한 포괄적·상시적 제재 면제 등을 요청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반면 윤 후보는 ‘비핵·변환 구상’을 앞세우고 한-미 간 협력체계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하면서, 판문점에 남·북·미 연락사무소를 설치해 대화 채널을 ‘상설화’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당내 경선 과정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B-52 전략폭격기 등 미국의 핵 전략자산 사용을 위해 미국과의 협의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외교정책도 이 후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유연한 실용외교 전략을 펼치겠다고 공약했지만, 윤 후보는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조하면서 중심축을 미국에 두겠다고 했다.
김미나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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