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윤석열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당 점퍼를 입고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보수세력의 ‘대안 부재’ 속에서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압도적인 당심을 업고, 정치신인이 대선 도전 선언 넉달 만에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 자리를 거머쥔 것이다. 2022년 대선 대진표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되면서, 내년 대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이 경쟁하는 다자구도가 형성됐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합산한 최종 득표율 47.85%를 기록해,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홍준표 의원(41.50%)을 6.35%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이어 유승민 전 의원(7.47%), 원희룡 전 제주지사(3.17%)가 3, 4위를 기록했다. 이번 본경선은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됐는데, 윤 후보는 당원투표에서 21만34표를 얻어 홍 의원(12만6519표)를 두배 가까운 차이로 앞섰다. 반면 국민여론조사에서는 홍 의원이 절반에 가까운 48.21%를 기록한 반면, 윤 전 총장(37.94%)은 홍 의원에게 10.27%포인트 뒤쳐졌다. 윤 후보가 ‘민심’에선 홍 의원에게 밀렸지만, 홍 의원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이 얻은 ‘당심’이 결국 승부를 가른 것이다.
윤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우리 사회의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바라는 민심은 정치신인인 저를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내 분열과 분노의 정치, 부패와 약탈의 정치를 끝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이번 대선을 “나라의 존망이 걸린 절체절명의 선거”라고 정의한 뒤, “이번 대선은 상식의 윤석열과 비상식의 이재명과의 싸움이자 합리주의자와 포퓰리스트의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또 자신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것이 “정치권 눈치 안 보고, 공정한 기준으로 사회 구석구석 만연한 특권과 반칙을 바로 잡으라는 명령”이라며 “대장동 게이트에서 보듯 거대한 부패 카르텔을 뿌리 뽑고 기성 정치권의 개혁을 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정권교체가 저의 존재 이유다. 저의 경선 승리를 이 정권은 매우 두려워하고, 뼈아파할 것”이라며, 자신을 “조국의 위선, 추미애의 오만을 무너뜨린 공정의 상징이자 문재인 정권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아픔”이라고 표현했다.
윤 후보는 ‘원팀’ 정신도 강조했다. 그는 “정권교체의 대의 앞에 분열할 자유도 없다”며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한명씩 호명했고, “치열한 경선과정에서 혹여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너그러이 이해하고 용서해달라. 경선에 끝까지 함께 하신 세 분의 꿈과 비전을 받들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주요 공약을 자신의 공약에 반영하겠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윤 후보가 ‘0선 정치신인’임에도 압도적인 당심을 얻은 배경에 ‘검찰총장 윤석열’의 반문재인 대표성이 정치적 상징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당원들의 강한 정권교체 열망이 반문 대표성을 확고히 구축하고 있는 윤석열로 결집했다”며 “논란이 많았지만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대장동 의혹이 터지면서 오히려 당심은 공고히 결집했다”고 짚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정권교체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에 끝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맞섰던 윤석열을 당원들이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후보는 이날 전당대회 뒤 기자들과 만나 “조속히 홍준표·유승민·원희룡 후보를 만나 어떤 역할을 부탁드려야 할지 말씀을 나눠보겠다”고 밝혔다. 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영입에 대해서는 “경선과정에서도 유익한 조언도 해주시고 해서 도와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고, ‘전두환 망언’ ‘개사과’ 논란과 관련해 “조만간 광주를 1박 2일로 갈 계획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나래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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