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광주 5.18 민주묘지와 경남 봉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섰다. ‘대장동 국정감사’를 마무리한 뒤, 민주당에 상징성이 큰 두 장소를 연달아 방문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다. 당내 경선 뒤 열흘 넘게 ‘숙제’로 남아 있던 이낙연 전 대표와 회동은 23∼24일 중 성사될 것으로 알려져, 25일 경기도지사직 사퇴에 이어 이 후보가 요청한 문 대통령과 면담 등 후속 일정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이 광주로 인해 인생을 바꿨는데 제가 바로 그 사람 중 한 사람”이라며 “국정감사 때문에 조금 늦어진 것이지 언제라도 가장 빨리 와서 인사드릴 곳이 5.18 묘역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5.18 묘지 들머리에 있는 ‘전두환 비석’을 발로 두 번 밟고 지나간 뒤 “윤석열 후보도 지나갔느냐”며 “존경하는 분이면 밟기 어려웠을 텐데”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의 ‘전두환 망언’을 정면 비판하며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그는 이날 윤 전 총장의 ‘전두환 옹호’ 발언과 이날 논란이 된 ‘사과 사진’을 겨냥해 “사실 특별히 놀랍지가 않다”며 “민중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혜택만 누리던 분이어서 전두환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엄혹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또다른 ‘민주당의 성지’인 경남 봉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추모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동행한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권 여사가 “이 후보를 (노 전 대통령과) 가장 많이 닮은 후보라고 했다”며 “이 후보 손을 따뜻하게 잡아줬고 대통령이 되어서 다시 봉하마을에 한 번 와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이날 민주당의 ‘성지’로 인식되는 광주와 봉하마을을 잇따라 방문하면서, 본선에 대비해 우선 지지층 결집 행보를 본격화했다. 앞으로 이 후보는 이낙연 전 대표와 회동→경기도지사직 사퇴→문 대통령 면담’을 순차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원팀’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대장동 논란으로 답보 상태에 놓인 지지율 추세 반전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초반 지지율 박스권에 갇힌 상태에서 국민의힘 쪽 윤 전 총장이나 홍준표 의원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거나 경합하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표 쪽과 회동이 23∼24일 중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지난 10일 당내 경선 뒤 남아 있던 커다란 과제 하나를 내려놓게 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 쪽에서 25일 경기도지사 사퇴 전 만남 요청을 해 그렇게 하기로 양쪽이 공감대를 이뤘다“며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 장소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오전 광주 북구 망월동 5·18 구묘역(민족민주열사묘역)을 참배하고 나오면서 전두환 비석을 밟고 있다. 이 후보는 묘역 입장 시에도 전두환 비석을 밟고 지나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전 대표와 회동이 순조롭게 마무리되고 나면, 이 후보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남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 후보와 이 전 대표와의 ‘화해’ 전에 문 대통령과 이 후보가 만날 경우, 자칫 이 전 대표에 대한 압박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후보가 이 전 대표를 만나 막걸리도 먹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면서 이낙연 지지자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의 회동이 23~24일 중 잡힐 경우, 문 대통령이 순방을 떠나는 28일 이전에 대통령과 이 후보와의 만남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하얀 이완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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