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후보 확정 뒤 실시된 첫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대선후보 확정에 따른 ‘컨벤션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한 ‘불안한 출발’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하락주’로 본선 행보를 시작하게 된 이 후보로선 당 안팎으로 촉발된 위기를 수습해 국면을 전환하고 지지율을 회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1일∼13일 전국성인 1016명을 대상으로 이 후보와 야권 대선 주자들의 양자 대결을 가정해 투표 의사를 물은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이 후보는 39%, 윤 전 총장은 35%였다. 1주일 전과 비교해 윤 전 총장은 2%포인트 오른 반면, 이 후보는 5%포인트가 빠진 결과다. 홍준표 의원과의 양자 대결에서는 이 후보 37%, 홍 의원 40%였다. 홍 의원이 3%포인트 오르고 이 후보가 3%포인트 하락했다. 오차범위 안에서의 경합 상황이지만 민주당 대선후보 확정 직전과 비교해 이 후보의 하락세가 확연하다. <에스비에스>(SBS) 의뢰로 넥스트리서치가 지난 12~13일 전국 성인 1014명을 대상으로 한 양자 대결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도 이 후보 33.2%, 윤 전 총장 35.5% 오차범위 접전이었다. 지난달 6~7일 같은 조사(이 후보 37.8%, 윤 전 총장 33.1%)와 비교해 이 후보는 하락했고 윤 전 총장은 올랐다. 이재명-홍준표 대결은 32.8%-33.2%였다. 이전 조사에서 이 후보는 38.2%로 홍 의원(29.5%)을 크게 앞섰지만 오차범위 접전으로 양상이 변한 것이다. <한국방송>(K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 11~13일,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양자 대결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도, 이 후보 41%, 윤 전 총장 36%로 두 후보의 격차는 추석 전 7.4%포인트에서 5%포인트로 줄었다. 추석 전 9.2%포인트로 격차를 벌렸던 홍 의원과의 대결에선 이 후보 39.9%, 홍 의원 39.3%로 박빙이었다.
이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대장동 의혹과 이낙연 전 대표의 경선 불복 등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의 경선 결과 이의제기에 따른 민주당 지지층의 ‘반이재명 정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1∼12일 전국 20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경선 국면에서 이 전 대표를 지지했다고 밝힌 응답자(604명) 중 14.2%만이 이 후보 지지 뜻을 밝혔다. 반면 이들 중 40.3%가 윤 전 총장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를 향한 반감이 ‘차라리 윤 전 총장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으로 표출된 것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던 기간(11~12일)의 민심으로, 무효표 논란과 이로 인한 경선 후유증이 여론조사에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당내에선 이낙연 후보 지지층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고, 당 외부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개발 의혹에 따른 타격을 입으면서 여권 지지층과 중도층에서의 경쟁력이 주저앉은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 쪽은 대장동 개발 의혹에 따른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 후보의 국정감사 출석을 ‘변곡점’으로 삼아 총력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 쪽 관계자는 “이 후보가 다음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당당하게 소신을 밝히고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한다면 탄력적인 회복세로 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