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3일 오후 제주시 연삼로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신을 향한 경쟁 주자들의 검증 공세에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게 맞다”고 비판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 전 총장의 발언은 지난 13일 국민의힘 제주도당에서 개최한 캠프 제주선거대책위원회 임명식에서 자신을 향한 경쟁 후보의 공세에 불쾌감을 표출하면서 나왔다. 그는 “정치하기 전에는 ‘제대로 법을 집행하려다가 핍박받는 훌륭한 검사’라고 하던 우리 당 선배들이 제가 정치에 발을 들이니 갑자기 핍박이 의혹으로 바뀐다. 민주당과 손잡고 거기 프레임에 (맞춰) 저를 공격하지 않나”라며 “우리 당이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저 혼자 갖고도 안 된다. 정말 우리 당이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세에 함께 맞서야 할 국민의힘 대선 예비주자들이 자신을 향한 민주당의 네거티브 전술에 편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높아진 검증 강도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윤 전 총장의 모습이 ‘초보 정치인’ 이미지를 부각하고, 자질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상대 후보) 공격에 반응하는 것이었다면, 그 화살을 당 해체로 돌리는 것은 개연성이 좀 떨어진다”며 “후보 간 설전이 지지자가 우려할 정도까지 격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경쟁자들은 윤 전 총장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홍준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에) 들어온 지 석달밖에 안 된 사람이 뭐 정신머리 안 바꾸면 당 해체 해야 한다? 참 오만방자하다. 뻔뻔하고 건방지기 짝이 없다”며 윤 전 총장을 질타했다. 홍 의원은 “내 여태 검찰 후배라고 조심스레 다루었지만 다음 토론 때는 혹독한 검증을 해야 하겠다. 그 못된 버르장머리 고치지 않고는 앞으로 정치 계속하기 어렵겠다”고 반격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충견 노릇을 한 덕분에 벼락출세하더니 눈에 뵈는 게 없나? 본인과 부인, 장모 사건들부터 챙기시고, 1일 1망언 끊고, 정책 공부 좀 하십시오”라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지지도 좀 나온다고 정치가 그리 우습게 보이고 당이 발밑에 있는 것 같나”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이 최근 경선 토론에서 극찬했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분명한 실언이다. 당원을 모욕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국민의힘 소속 경선 후보로서 당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기를 당부드린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윤 전 총장은 수사·재판이 진행 중인 장모 요양급여 부정수급 사건, 부인 주가조작 사건이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얘기가 나올 때마다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은 극도로 공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자리인데, 감정적 대응이 반복되면 국민의 입장에서는 ‘권력을 사유화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게 된다”며 “본인 시각에서 ‘문제없다’고 판단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됐다고 할 때까지 몸을 낮춰 설명을 하는 것이 대통령 후보로서 기본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윤 전 총장은 이날 경기도당 주요 당직자와의 간담회에서 “당의 문을 닫자는 게 아니고 정말 우리가 더 정신 차리고 우리의 투쟁성을 더 강화해서, 독재로 병든 저 민주당이 국민을 상대로 더 이상 무도한 짓을 하지 못하게 막아야 된다(는 뜻이다)”라고 해명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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