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원 배가 우수 시·도당 및 당원협의회 당대표 표창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이 16일 불법 부동산투기 의혹을 받아 탈당 권유를 했던 이철규 의원에게 되레 표창장을 줘 비난을 자초했다. 이 의원을 징계한 지 3주가량 만에 우수 당원 표창을 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이준석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당원 배가 우수 시·도당 및 당원협의회 당대표 표창장 수여식’을 했다. 이 의원은 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대리인이 상을 받았다. 이준석 대표는 “표창을 받은 당협이 다음에 또 표창을 받으시면 다음엔 제가 ‘더더블’로 포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탈당 대상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이 의원과 강기윤, 이주환, 한무경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12명을 불법 투기 의혹이 있다고 발표했다. 권익위는 이 의원이 딸과 아들에게 부동산을 편법 증여한 의혹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4일 이 의원을 포함한 강기윤·이주환·정찬민·최춘식 의원에게는 ‘탈당 권유’ 처분을, 비례대표인 한무경 의원에 대해서는 ‘제명’을 결정했다. 그러나 지금껏 실제 징계가 이행된 경우는 한 건도 없다. 부친 부동산 투기 의혹 정황이 있는 윤희숙 의원만 지난 13일 사직처리됐을 뿐이다.
징계가 늘어지는 사이 이 의원은 20여일 만에 탈당 대상자에서 우수 당원이 됐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윤희숙 의원 사퇴에 관심이 쏠린 사이, 굳이 이 대표가 나서서 이 의원에게 표창장을 줬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당은 이 의원이 아직 당적을 유지하고 있어서 표창장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한 당 지도부 인사는 “명확한 숫자로 책임당원이 증가했다는 근거가 있어 (상을) 수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탈당을 해야 당협위원장직이 자동으로 박탈된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비례대표인 한무경 의원 제명에는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한 당지도부 인사는 “한 의원의 제명안은 추석이 지난 후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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