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을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린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30일 제주를 찾아 “4·3은 좌우 보수·진보를 떠나 민족사의 큰 비극”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보수 야권 대선 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바짝 뒤쫓고 있는 그가 이번엔 탈영남, 중도·진보층을 아우르려는 행보로 읽힌다.
홍 의원은 이날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제주도민께서 지난 70여년 세월을 가슴 아프게 지내다가 그 당시 군경과 유족이 서로 화해하는 등 제주가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길이 만들어져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제주의 발전 문제를 나라 차원에서 다시 한 번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날 방명록에는 “좌우를 넘어 국익 우선주의로”라고 적었다.
지금껏 보수 정당 소속 대통령이 4·3 추념식에 참석한 적은 없었다. 앞서 홍 의원은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이었던 2018년 제70주년 4·3 추념식에 참석했지만 당일 페이스북에는 “제주 4·3 추념식이 열리는 4월3일은 좌익 무장폭동이 개시된 날”, “제주 양민들이 무고한 죽임을 당한 날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홍 의원은 이날 3년 전 발언의 진의를 묻는 질문에 “2018년 얘기는 김달삼의 좌익 폭동이 있었던 날을 추념식으로 지정하는 건 좀 그렇지 않으냐는 취지였다”며 “본격적인 양민 학살이 있었던 시기를 조사해 추모일로 정하는 게 합당하다는 의견이었다”고 해명했다.
홍 의원은 지역 현안인 제주 제2공항 사업과 관련해서는 “하나의 공항이 더 필요하지만 어디에 더 지을지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고, 제주지역 개발 방안에 대해서는 “카지노 프리를 비롯해 골프·낚시·요트·승마 등이 함께 어우러지는 라스베이거스식 개발을 했으면 좋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홍 의원은 이날 발표된 범보수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처음으로 윤 전 총장을 오차범위 이내로 바짝 추격하는 여론조사 결과도 환영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티비에스> 의뢰로 지난 27~28일 성인 1015명을 상대로 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 포인트)에서, 홍 의원은 21.7%를 기록하며 윤 전 총장(25.9%)과 격차를 4.2%포인트 차이로 좁혔다. 1주일 전과 비교해 윤 전 총장은 2.5%포인트 하락한 반면, 홍 의원은 1.2%포인트 오른 결과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그동안 부진했던 보수층에서 대폭 상승했다. 추석 전후로 골든 크로스로 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을 참고하면 된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