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부동산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 참여 선언을 한 지 두달 만인 29일 첫번째 공약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이 ‘1호 공약’이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년 동안 전국 250만호 이상, 수도권 130만호 이상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되 ‘가성비 높은 주택’ 마련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자료만 38장에 이르는 이번 공약에서 핵심은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공급에 맞췄다. ‘청년원가주택’이 대표적이다. 청년을 중심으로 무주택 가구에 국민주택 규모(85㎡) 이하 주택을 건설 원가로 공급한다는 정책이다. 분양가의 20%만 있으면 구입이 가능하고 나머지 80%는 장기 저리로 금융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원가주택에 투기 차단을 위한 토지환매부 방식을 명시했다. 거주 기간이 5년 이상이 되면 분양가격과 주택가격 상승분의 50~70%를 합한 가격에 국가에 팔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야권 주자의 투기방지책이 ‘부동산 개발계획 사전 공개 및 국민 의견 수렴’(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으로 추상적이었던 것에 견줘 주택의 공공성 강화를 주장하는 시민사회가 요구했던 환매조건부 방식을 수용한 건 의미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투기 차단에 실효성이 있겠냐는 의문과 함께 ‘내집 마련의 욕망’을 누르기 힘들다는 회의론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환매조건부를 통한 주택 불완전 소유를 기반으로 한 공약인데, 청년층의 요구를 생각하면 완전 소유권을 주는 게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윤 전 총장은 ‘역세권 첫집주택’ 공약도 발표했다. 역세권의 민간 재건축 단지와 저활용 국공유지를 고밀 개발해 토지임대부 방식(택지는 공공이 소유해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으로 청년 및 무주택 가구에 시중가격 50~70%로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윤 전 총장은 현재의 공공재건축 용적률을 300%에서 500%로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역세권 등 좋은 입지에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기본주택’ 구상과 닮았다. 하지만 부지 등 구체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권대중 교수는 “여야가 젊은 청년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을 싸게 하겠다는데, 구체적 방안 없이 공급 수치만 앞세우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야권 주자들이 임대차법에 대해 ‘전면 재검토’ 혹은 ‘폐기’를 약속한 것과 달리, 윤 전 총장은 단계적 법 개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윤 전 총장은 “전면 폐지 역시, 또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임대 기간을) 기존 2년으로 돌아가되, 시장 혼란을 줄이면서 임대 가격 상승이 되지 않도록 협조하는 분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1주택 가구에 대한 보유세 완화, 양도세 세율 인하 등을 약속했다. 청년층·신혼부부 등에 대해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로 높이는 등 금융 규제를 풀겠다고 공약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부동산 공약을 내놓자마자 같은 당 경쟁자들의 공격에 부닥쳤다. 홍준표 의원은 “문재인 후보의 5년 전 부동산 공약과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부동산 공약을 버무려 낸 공약”이라면서 “캠프 참모진에 포진된 교수·전문가들 수준과 역량이 한눈에 보이고 좌파보다 더한 원가주택 운운은 기가 막히는 헛된 공약”이라고 맹비난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원가주택은 엄청난 국가재정이 필요한 비현실적인 공약”이라고 지적했고, 역세권 첫집주택과 관련해서도 “국가 주도의 역세권 개발방식은 이미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바 있으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현재 진척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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