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전수조사 뒤 ‘의원직 사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투기 의혹을 둘러싼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본인과 가족 모두 결백하다’는 윤 의원의 반격에 여당은 투기 의혹이 밝혀져야 한다며 강제수사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신현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윤 의원 아버지의 토지가 위치하고 있는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의 땅은 이미 수년 전부터 개발 호재가 넘쳐났던 곳이다. 80대인 윤 의원의 부친이 농사를 짓겠다며 3천여평의 땅을 구매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윤 의원의 사퇴 발표, 진의는 무엇인가. 혹시라도 합동특별수사본부의 수사를 피해가기 위한 것은 아닌가”라고 밝혔다. 윤 의원의 아버지는 2016년 5월에 산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 신방리 일대의 땅(1만871㎡·약 3288평)을 사들였고 이곳에서 1.8㎞ 떨어진 곳에 2017년 세종시 미래일반산업단지가 준공됐다. 또 문제의 땅 인근에 들어설 세종시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사업의 현장조사와 예비타당성 조사를 윤 의원이 일하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맡았다.
26일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부친이 소유한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일대 모습.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윤 의원의 부친이 2016년 이 일대 논 1만871㎡를 사들였던 것과 관련해 농지법과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세종/연합뉴스
대선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와이티엔>(YTN) 라디오에서 “윤 의원이 한국개발연구원에 근무하면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가족과 공모를 해서 투기한 것이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며 “한국개발연구원이 국가주요정책을 다 용역하기 때문에 한국개발연구원의 임직원들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 아버지의 세종시 땅 거래에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했던 사위가 연루돼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의 제부인 장경상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2013년 2월 말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으로 들어갔다가 3월 말 사표를 제출하고 나왔다. 2014년 8월 평소 인연이 있었던 최경환 의원님의 기획재정부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일하게 됐다. 1년 반 정도 근무한 후, 2016년 1월 사직했다”며 “장인어른이 세종시 전의면에 농지를 매입했단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은 여권을 중심으로 한 의혹 제기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맞섰다.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르고 보자’는 식의 선동이 가짜뉴스의 근원이며, 멍청한 여우의 궁색한 희망고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의원도 “권익위의 조사는 현저히 공정성을 잃었다”며 “당 차원의 자체 조사위를 꾸려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윤 의원이 권익위 조사 결과에 불만을 나타내고 동료의원들도 이에 가세하자, 여권에선 역으로 윤 의원 아버지의 투기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가 ‘정치적 결단’으로 평가받을 만큼 과연 권익위가 무리하게 조사한 건지 따져보자는 것이다. 이날 <한겨레>가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일대를 둘러본 결과, 윤 의원 아버지의 땅은 신방리 가장 안쪽에 산으로 둘러싸인 벼논이었다. 윤 의원은 당시 평당 25만원에 사들였다고 했는데, 현지 부동산중개업자 ㄱ씨는 현재 시세를 3.3㎡당 “50만~60만원”이라고 했고 또 다른 중개업자 ㄴ씨는 “30만~50만원”으로 추정했다. 2배 가량 오른 셈이다. 이 지역 주민 ㄷ씨는 “(당시) 외지 사람들이 시세 차익을 노리고 세종 땅을 많이 샀며 “단순히 집을 지어 농사짓고 살 목적으로 그렇게 넓은 땅을 샀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날 “의원직 사퇴로 수사를 회피하는 것은 원래 가능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고대한다. 본인 및 가족은 어떤 조사에도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반박하며 “다수당인 민주당이 (의원직 사퇴안을) 본회의에서 가결해서 사퇴를 완성시켜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오연서 기자, 세종/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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