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이 26일 온라인 대선 출마 선언식을 하면서 수어로 인사하고 있다. 유 전 의원 캠프 제공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유승민 전 의원이 26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분명한 비전, 철학, 정책이 준비된 자만이 대통령 자격이 있다. 준비 안 된 사람이 이미지로 대통령이 된다면 또 한 명의 실패한 대통령이 나올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가 미워서 누구를 찍는 선거는 이젠 그만해야 한다”라며 대선을 앞두고 ‘반문(재인)’ 정서를 앞세워 정치에 입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경쟁자들을 겨냥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온라인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내년 대선은 1~2% 차이로 승부가 난다. 중도층·수도권·청년층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후보로는 필패한다”며 본인의 ‘개혁성’을 강조했다. “결국은 경제다. 강하다, 유승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그는 출마선언문에선 ‘경제’를 12차례나 강조하며 자신이 ‘경제 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웠다. 세부적으로는 △혁신 인재 100만명 양성 △영·호남에 걸친 남부경제권에 비메모리 반도체를 이끌 ‘반도체 미래도시’ 조성 등을 공약했다. 또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노동개혁을 강조하며 “노동과 기업을 설득해서 노동은 유연하게, 동시에 사회안전망은 촘촘하게 만드는 노사정 대타협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20~40대도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연금 개혁안, 공급을 늘리고 세금을 낮추는 부동산 정책, 한-미 핵공유, 미사일 방어망과 킬 체인 구축 등을 앞세운 대북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혐오·갈등·증오·차별을 넘어서서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어떻게 하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집값을 안정시키고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지, 준비된 대통령은 유승민”이라고 거듭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출마선언을 마치고 자신의 고향인 대구로 향했다. 27일에는 대구시당에서 별도의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권영진 대구시장을 예방한다. 대구 지역 소상공인연합회와 청년창업자와의 간담회 자리도 마련했다. 태어난 곳이자 정치를 시작한 이 곳에서 유 전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박 전 대통령과 불화를 겪으며 찍힌 ‘배신자 낙인’을 지워야 한다. 유 전 의원은 출마 선언 뒤 ‘대구·경북 지역의 표심을 잡을 방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 5~6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 이후 정치사회에 있었던 지난 역사에 대해 어떤 역할을 했고, 왜 그렇게 했는지, 제 마음을 있는 진심 그대로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호소드릴 생각”이라고 답했다. 또 “영남 보수 유권자들께서 그동안 유승민한테 섭섭한 마음을 지우고 바뀌면, 지지도가 짧은 기간에 10~20%포인트 올라가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