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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민주당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넘어 ‘언론중재법’ 수정안 단독처리

등록 2021-08-25 11:31수정 2021-08-25 20:59

‘법사위 월권’ 막는 국회법 개정 전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 등 삭제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이 25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이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언론·시민단체가 독소조항으로 지적하고 있는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의 뼈대를 유지하고 일부 조항만 삭제한 수정안을 처리했다.

전날 오후 개회한 법사위는 25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여러 법안을 심의하면서 자정을 넘겼고 법사위원장 직무대리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차수를 변경하며 심의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차수 변경에 동의할 수 없다’며 새벽 1시께 퇴장했고 언론중재법은 새벽 4시께 민주당 단독으로 수정 의결했다.

앞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상원 노릇’을 하는 ‘월권 법사위’를 개혁하기 위해 체계·자구 심사로 법사위 권한을 엄격히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이날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법안의 본질적인 내용에 손을 대며 수정안을 처리했다. 법사위 수정안을 보면, 징벌적 손해배상의 근거가 되는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가운데 2호인 “허위·조작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가 삭제됐다. 또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에서 “피해를 가중시키는”이라는 표현도 삭제했다. ‘결과’를 근거로 언론 보도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미디어언론위원장인 김성순 변호사는 “고의·중과실은 과정의 문제인데 그것을 결과로 추정하면 안 되기 때문에 이 부분이 빠진 것은 잘 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고의·중과실의 추정 조항이 4개에서 3개로 줄어들었을 뿐 △보복·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 △정정·추후보도가 있었음에도 검증 없이 복제·인용하는 보도 △기사와 다르게 제목·시각자료를 조합해 내용을 왜곡한 경우라는 추정 조항은 그대로 남았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 일부가 삭제된 건 다행이지만 고의·중과실을 추정한다는 핵심적 문제 조항이 남아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성순 변호사도 “추정 조항 자체를 없애고 일반적인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대로 가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사위는 또 “법원은 언론 등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대해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는 조항에서 “명백한”이라는 수식어도 삭제했다. 앞서 국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가 지난 17일 법안을 수정하면서 고의·중과실 입증 요건을 강화하겠다며 ‘명백한’이라는 단서를 달았는데 이를 다시 들어낸 것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의장은 “고의·중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 조항이 살아있는 한 ‘명백한’의 삭제 여부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그나마 구성 요건을 높여둔 걸 다시 낮췄다”고 말했다.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이라는 독소조항을 해소하는 데 큰 의미가 없었던 문구를 상임위에서 ‘생색내기’로 집어넣고 결국 법사위에서 제자리로 돌린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송채경화 김효실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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