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 및 대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에 나서자 이준석 대표가 기자회견장으로 찾아와 윤 의원을 만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의힘 부동산 전수 조사 결과 명단에 올랐던 윤희숙 의원이 25일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였던 윤 의원은 대선 도전도 접기로 했다.
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대선주자들과 치열하게 싸워 온 제가 국민 앞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과 저를 성원해주신 당원들에 보답하는 길이리라 생각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윤 의원은 아버지의 농지법·주민등록법 위반 의혹으로 권익위 조사 결과 명단에 올랐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본인 소유가 아니고 법령 위반 의혹에 직접 연루되지 않았다는 그의 소명을 받아들였다.
윤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면서도 권익위 조사에는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26년 전 결혼할 때 호적을 분리한 이후 아버님의 경제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지만, 공무원 장남을 항상 걱정하시고 조심해온 아버님의 평소 삶을 볼 때 위법한 일을 하지 않으셨을 것이라 믿는다. 당에서도 이런 사실관계와 소명을 받아들여 본인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혐의를 벗겨줬다”며 “독립 가계로 살아온 지 30년이 돼가는 친정 아버님을 엮는 무리수가 야당 의원 평판을 흠집내려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익위의 조사를 “끼워맞추기” “우스꽝스러운 조사”로 규정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고도 했다.
그는 이어 “정권교체 명분을 희화화시킬 빌미를 제공해 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며 “대통령후보 경선을 향한 여정을 멈추겠다. 또한 국회의원직도 다시 서초구 지역주민들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염치와 상식의 정치를 주장해온 제가 신의를 지키고 자식된 도리를 다하는 길”로 의원직 사퇴와 대선 불출마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13명 대선주자 중 유일한 여성이며 ‘경제통’으로 주목받았던 윤 의원의 사의 표명에 당황한 기색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회견장을 찾아 사퇴를 만류했고, 기자들과 만나 “윤 의원이 본인의 책임을 지는 방식이라고 했지만, 저는 책임질 일이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다른 대선주자들도 윤 의원에게 재고를 요청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당 대선 예비후보 비전발표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권교체와 향후 국민을 위한 경제정책 수립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분인데 윤 의원께서 많은 분들의 바람처럼 그 뜻을 거둬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윤 의원의 경선후보 사퇴와 의원직 반납 모두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은 또 “따로 독립해 30여년을 살아온 친정아버지를 엮어 평판에 흠집을 내려는 이유는 과연 무엇이냐”며 “윤 의원이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비롯해 여권 후보들에게 촌철살인의 비판을 해왔던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냐면서 권익위 조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태경 의원은 비전발표회 무대에 올라 “윤 의원은 사퇴 의사를 철회해주길 바란다”며 “정권 교체에 모두가 힘 모아야 한다. 우리 당 전력 손실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 박진 의원 등도 윤 의원에게 사퇴 의사 철회를 요구했다. 윤 의원은 이날 비전 발표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윤 의원이 사의를 강하게 표명했지만,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려면 회기 중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절차를 거쳐야 국회 회기가 아닐 때에는 국회의장이 허가할 수 있다. 윤 의원은 “지금 다수당이 민주당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민주당 대선후보를 가장 치열하게 공격한 저를 가결해주지 않는다고 예상하기 어렵고, 민주당이 아주 즐겁게 통과시켜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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