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17일 ‘표현의 자유’ 억압 가능성에 반발하는 야당과 언론·시민단체의 의견을 일부 반영해 열람차단 청구 표시 조항과 매출액 배상 기준 등을 삭제한 수정안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에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요청했고 정의당과 언론단체는 ‘독소조항이 여전하다’며 여당에 언론중재법 전면 재논의를 요구했다.

국회 문체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민주당이 제출한 수정안을 놓고 논의를 이어갔다. 앞서 민주당은 △고위공직자 및 기업 임원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제외 △열람차단 청구 표시 조항 삭제 △입증 책임을 원고로 명확히 규정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수정안에서는 구체적인 매출액 배상 기준도 삭제했다. 기존 법안에는 손해배상의 기준을 “언론사 등의 전년도 매출액에 1만분의 1에서 1천분의 1을 곱한 금액 등을 고려”한다고 규정했지만 이를 “언론사 등의 사회적 영향력과 전년도 매출액을 적극 고려하여”로 손질한 것이다. 또한 기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들어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가 되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 조항이 모호하다는 우려는 수정안에 반영하지 않았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라는 문구 앞에 “명백한”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갔을 뿐, 고의 또는 중과실로 ‘추정’하는 6개 조항(악의적 위법 보도, 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 등)은 거의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고의·중과실 추정은 국민들이 입증하기 편하도록 만들어놓은 규정인데 그 자체를 없애자고 하는 건 핵심 내용을 건드리는 거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야당은 수정안에도 위헌 소지가 여전하다며 반발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법률을 악의적으로 어겼다(는 게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인데) 어떤 법률을 악의적으로 어겼다는 거냐. 악의와 상관없는 부주의일 수 있고 위헌적 소지가 다분하다”며 “언론중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손해배상으로 갈 수 있으므로 언론중재법은 언론중재 활성화에 만족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결국 야당은 수정안 안건조정위 회부를 요청했다. 안건조정위에 회부되면 최장 90일까지 법안을 심사할 수 있지만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즉시 의결이 가능하다. 국민의힘 문체위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을 안건조정위원으로 지정하려면 여당 조정위원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3명씩 모두 6명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에 김 의원이 야당 몫으로 지정되면 찬성 의결이 가능하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이때문에 18일 안건조정위 구성 문제를 놓고 여야 격돌이 예상된다.

정의당과 4개 언론단체(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피디연합회)도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제외 대상에) 전직 고위공직자, 선출직 공무원과 그들이 퇴임한 후에, 그리고 전략적 봉쇄 소송이 가능한 규모의 기업으로까지 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가짜뉴스의 정의와 열람차단 청구, 고의·중과실의 추정 역시 여전히 모호함투성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개혁 특위를 설치해 충분한 숙의를 통해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