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5일 광주 서구 치평동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역주의 공방’ 2라운드에서 격돌했다. 이른바 ‘영남 역차별’을 두고 충돌했던 두 사람은 최근 이 지사의 ‘백제 발언’을 계기로 다시 격렬한 설전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지방선거·총선을 거치며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으로 입지를 굳힘에 따라 한동안 사라졌던 ‘지역주의’ 논란이 부활한 모양새다.
이재명 캠프 선거관리대책위원장을 맡은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민주주의의 심장인 호남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담긴 (인터뷰) 내용을 이낙연 캠프가 ‘지역주의 조장’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 전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 지사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5천년 역사에서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이 전 대표가) 이긴다면 역사라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는데, 호남 출신인 이 전 대표 쪽에서 이 대목을 ‘호남 차별 발언’으로 규정하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 지사도 이날 페이스북에 논란이 된 인터뷰 녹취 파일과 함께 글을 올려 대응에 나섰다. 이 지사는 인터뷰 원문을 근거로 “인터뷰에서 전국적 확장력을 가진 제가 민주당 후보로서 본선 경쟁력이 크다는 말씀을 드렸을 뿐 이 후보님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지역주의 조장 발언을 한 적이 없고, 인터뷰 기사에도 그런 내용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광주를 방문한 이 지사는 광주 지역 언론사와의 간담회에서도 “없는 얘기를 지어내서 공격하는 것은 굳이 얘기하면 선거법이 금하는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며 “이런 방식의 사실 조작 음해, 흑색선전은 자중해 달라”고 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오전 울산시 중구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열린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 행사 현장을 방문해 청각 및 언어장애인과 수어로 대화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하지만 이낙연 캠프는 해당 발언이 이 전 대표의 확장성을 문제 삼은 지역 차별 발언에 해당한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인터뷰 원문과 달리 편집을 거친 <중앙일보> 기사 상에는 이 전 대표의 약점을 묻는 취지의 질문에 이 지사가 답변한 것처럼 돼 있다는 것이다. 배재정 이낙연 캠프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기사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재명 후보가 지역주의를 이용하고 있다 착각할 것”이라며 “뜻이 왜곡됐으면 중앙일보에 항의하라”고 했다.
다른 대선 주자들도 논쟁에 가세했다. 역시 호남 출신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용납 못 할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발언”이라며 이 전 대표 쪽을 거들었다. 반면 영남 출신인 김두관 의원은 “악마의 편집”이라며 이재명 지사에게 힘을 실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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