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희망오름 포럼'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야권 1위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시점을 놓고 이준석 대표와 ‘선거기술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입당시키고 국민의힘 지붕 아래서 야권 단일후보를 확정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후보와 윤 전 총장의 ‘11월 여론조사 단일화’도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전 위원장은 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방식인 ‘2차 단일화’를 거론하며 “(윤 전 총장이) 일반적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공개된 <신동아> 인터뷰에서는 “(윤 전 총장이) 지금 당에 들어가 다른 후보들과 옥신각신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지금 상태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단일화했던 형태를 (대선후보 야권 단일화 과정에) 취하는 게 공평하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확정한 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를 거쳐 결국 야권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완승했던 공식을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김 전 위원장은 “동서고금에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적이 없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윤 전 총장과 관련 없는 얘기”라고 했고 윤 전 총장의 장모 구속을 두고는 “장모가 출마하는 것도 아닌데 영향을 끼칠 일이 뭐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한겨레>와 통화에서는 ‘윤 전 총장이 도와달라고 하면 만날 예정이냐’는 질문에 “두고 봐야 안다”고 웃으며 “시간이 가면 자연적으로 알게 될 테니 미리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전혀 (윤 전 총장을 만날) 그런 계획도 없고 그런 일도 없다. 지금 나타나는 지지율이 결정적이라고 보면 안 된다”는 전날 발언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 전 위원장의 ‘2단계 단일화’ 구상과 달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도 ‘8월 경선버스 정시출발’을 강조하며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압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 전 원장 부친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선 시기에 대해 저는 8월 말 버스 출발론에서 변함이 없다”며 “입당을 늦출 이유가 합리적이면 국민이 용납하겠지만, 합리적 이유 없이 정치적 이유에 국한된다고 하면 환영받지 못할 선택”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6일 윤 전 총장과 만났고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은 “정권 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의 ‘11월 단일화 방안’에 대해 “서울시장 단일화와 대선 단일화는 판의 크기가 다르다고 본다”며 “단일화라는 국면이 길어질수록 극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요소들이 나타날 수 있다. 김 전 위원장님과 그 부분에 있어선 뜻을 달리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날 경선준비위원회를 본격 가동하며 대선 준비 체제를 갖췄다. 당내 최다선인 5선 서병수 의원이 위원장을, 3선인 한기호 사무총장이 부위원장을 맡았고, 당 밖 주자 영입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4선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과 재선 성일종 전략기획부총장이 합류했다.
야권의 단일 대선후보 확정 방식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지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에 달려있다. ‘처가 리스크’에도 끄떡없이 대세론을 유지하면 제1야당과 대등한 위상을 유지하면서 ‘김종인 구상’대로 11월 단일화가 가능하다. 국민의힘에 들어가 경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싸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지율이 빠지고 흔들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검증 대응을 위해 국민의힘 도움이 필요하고 결국 8월 말 ‘경선 버스’에 탑승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김미나 장나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