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5월18일 오후 여의도 ‘유승민의 희망 22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텨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전 의원이 제대 군인에게 경제·교육 등을 지원하는 제대군인보상법을 약속한 데 이어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다. 20대 남성 표심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대통령 직속으로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고 기재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중소벤처기업부, 국방부 등 각 부처들이 양성평등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도록 종합 조율하겠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다. 유 전 의원은 △여성의 건강과 복지는 보건복지부 △여성의 취업, 직장내 차별, 경력단절여성의 직업훈련과 재취업 문제는 고용노동부 △창업이나 기업인에 대한 지원은 중소벤처기업부 △성범죄와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문제는 법무부와 검찰·경찰 △아동의 양육과 돌봄 문제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담당하면 된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여가부 폐지의 근거로 이정옥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했던 “박원순·오거돈 두 전임 시장의 성폭력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는 ‘성인지 학습기회’”라는 발언도 거론했다. “인권에 대한 기본도 안돼 있고, 여가부 장관이 여성의 권익보호도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어 “여가부 장관은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인사에게 전리품으로 주는 자리에 불과하다”고 했다.
여가부 폐지는 유 전 의원이 2017년 대선 때도 내걸었던 공약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여가부 폐지는 섣부른 판단”이라며 여성계를 중심으로 비판이 나오자, 유 전 의원은 여성 지지자들을 만나 “저는 상당히 페미니스트”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 전 의원이 4년 전 큰 지지를 받지 못했던 공약을 다시 꺼내든 데는 ‘이준석 효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여성 할당제 폐지’ 등 일부 20대 남성들의 역차별 심리를 겨냥한 공약으로 당 지지세를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여가부 폐지 또한 여가부의 역할이 ‘남성 역차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주장하는 일부 남성들로부터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유 전 의원은 전날에는 한국형 ‘지아이빌’(G.I. Bill)을 도입해 제대 청년들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지아이빌’은 미국의 퇴역군인들에게 교육·주택·의료·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유 전 의원은 “현행 제대군인지원법은 주로 5∼10년의 중기복무나 10년 이상의 장기복무에 대한 지원이 주된 내용이고, 의무복무자에 대한 혜택은 거의 없다”고 짚으며 “2017년 대선에서도 약속한 한국형 ‘지아이빌’보다 더 강화된 지원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이 주장하는 한국형 지아이빌의 내용을 보면, 제대한 청년에게 민간주택 청약 가점 5점을 주고, 주택 자금 대출 지원 등 주거 지원과 학자금 지원과 장학금 우대, 직업 훈련 지원, 복무 기간을 포함한 호봉 산정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유 전 의원은 “‘한국형 지아이빌’ 도입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한 젊은이들이 소중한 배움, 능력개발의 기회를 갖고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