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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이재명 “경선 연기 외려 내게 유리하지만 당 신뢰는 떨어져”

등록 2021-06-22 04:59수정 2021-06-22 10:38

<한겨레> 인터뷰서 연기론 비판
당헌·당규 고친 2차례 사례 들며
“민주당, 국민에게 석고대죄해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1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하고 있다. 수원/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1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수원/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대선 경선 일정 연기 여부를 둘러싸고 ‘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의 세 대결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1일 “개인적 유불리를 따지면 그냥 경선을 미루자고 하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당에 대한 신뢰는 그 이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헌·당규에 따라 대선 180일 전에 대선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이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한 게 아니라 민주당이 지켜야할 원칙의 문제라고 밝힌 것이다.

대선 경선 일정을 논의하는 당 의총을 하루 앞둔 이날, 이 지사는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에서 가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경선 연기를 수용하면 포용력 있다, 대범하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실제로 그게 더 유리하다. 하지만 당은 어떻게 되겠냐”며 “원칙과 규칙을 지켜야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선을 미루면 판도가 흔들려서 내게 불리해질 거다? 그렇게 생각 안 한다. 9월에 하는 거랑 11월에 하는 거랑 국민 생각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설령 당 지도부가 이낙연·정세균계의 협공에 밀려 당무위원회로 공을 넘기더라도, 결국 명분은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한 셈이다.

이 지사는 경선 일정 변경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속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분들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평가하는 것 자체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 그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겠나. 하지만 국민들이 다 알 거다.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개인 간에도 약속하고 안 지키면 이행을 강제당하고 위반하면 제재를 당한다. 그런데도 정치는 그렇지 않았다. 국가의 운명과 개인의 삶을 통째로 놓고 약속해놓고 어겨도 제재가 없다. 어기는 게 일상이 됐다. 그 결과가 정치불신”이라며 ‘경선 연기파’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당헌·당규대로 경선 일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를 최근 민주당이 범한 두 차례의 과오에서 찾았다. 이 지사는 “저는 우리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해야 할 일이 2개라고 본다”며 21대 총선을 앞두고 비례위성정당을 만든 것과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한 것을 들었다.

이 지사는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을 욕해놓고 본인들이 위성정당 했다. 위성정당 안 만들고, 국민 믿고 정도(正道) 가겠다고 해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말하지 않았나. ‘원칙 없는 승리보다 원칙 있는 패배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이긴다. 그런데 우리는 원칙 없는 이익을 추구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물론 (의석수에서) 이익을 조금 본 것 같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여권 전체로는 손해 본 거다. 꼭 우리가 다 먹어야 하나? 독식해야 하나? 민주진영 전체 파이가 커져야 하는 거 아닌가. 국민들 믿고 원칙대로 했으면 그 이상의 성과 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 소속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잘못으로 열리는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당규를 고쳐 4·7 보궐선거 후보를 낸 것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만든 당헌·당규 아닌가. 한 번도 안 지켰다. 그러면 국민들이 어떻게 우리를 신뢰하나”라며 “나는 보궐선거 때 민주당이 선택을 안 받은 게 아니라 아주 큰 ‘제재’를 당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렇게 두 가지 일이 벌어졌는데 다시 세 번째로 (경선 일정을 변경해서) 원칙과 약속을 어기는 일은 해선 안 된다”며 “노 전 대통령은 원칙을 온 정치 인생을 통해 증명한 분이다. 우린 그걸 존중한다고 하지 않느냐. 그러면 그 길로 가야 한다”고 했다.

수원/이주현 송채경화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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