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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행정·자치

내려앉은 땅에 패드 땜질…6년간 선로 지반 침하 방치한 호남고속철

등록 2020-12-17 16:01수정 2020-12-18 02:47

감사원 “철도공단, 침하 원인 조사 않고
근본 보강공사 아닌 레일체결장치 보수”
호남고속철도가 전북 정읍의 고가 위를 지나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제공
호남고속철도가 전북 정읍의 고가 위를 지나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제공
국가철도공단이 개통 전인 2013년부터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온 호남고속철도의 선로 지반 침하 현상에 대해 지금껏 원인 조사 없이 임시적 보수를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구간에서는 노반 시공 자체가 부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17일 ‘주요 사회기반시설 안전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호남고속철도 노반 등 시공 및 안전관리가 소홀할 경우 재난 및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큰 시설물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보고서를 보면 호남고속철도 1단계 사업구간(오송~광주송정·2015년 4월 개통)의 선로 지반 침하는 개통 7개월 전 실시한 민·관 합동 점검 당시 이미 8개 공구(9.1㎞)에서 기준을 초과한 상태였다. 국토부는 철도공단에 침하 보수 및 원인을 규명한 뒤 시공사에 벌점 부과 등 제재를 하도록 통보했으나 철도공단은 올 3월까지 관련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반 침하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구간은 흙과 모래를 쌓아 다진 ‘성토 노반’(47.3㎞) 구간으로, 호남고속철도 1단계 구간(182.3㎞)의 4분의 1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구간은 ‘성토 노반’ 위에 콘크리트 궤도가 설치됐는데, 철도공단은 침하가 발생한 대부분 구간의 노반을 복원하는 대신 패드를 깔아 궤도 높이만 올리는 ‘레일체결장치’식 보수를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2019년 12월 현재 17개 공구에서 허용 침하량인 30㎜가 넘는 침하가 발생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침하량이 70㎜ 이상으로 큰 2개 공구(2-1 충남 공주 구간, 3-4 전북 김제 구간)를 표본 점검한 결과, 기준에 맞지 않는 재료 사용 및 부실 시공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침하로 인한 선로 진동이 발생하는 일부 구간(2-1 공구 2㎞)은 2018년 2월부터 시속 300㎞에서 230㎞로 감속 운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표본 점검이 이뤄진 구간은 롯데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각각 3개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한 구간이다.

호남고속철도는 2009년 입찰 당시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 28개 업체가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2014년 공정거래위로부터 4355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감사원은 철도공단 이사장에게는 노반 침하 관련 근본적인 보수·보강 방안을 마련하고 부실시공이 확인된 2개 공구의 건설업자 등에 대한 벌점 부과 등 제재 방안을 강구하라며 주의 요구를 했다. 국토부 장관에게는 철도공단에 대한 지도·감독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국토부 장관에게 결빙 취약구간 평가·지정업무를 철저히 하고 모든 도로시설 구간을 평가대상에 포함해 결빙 취약구간을 재평가해 지정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설명자료를 내 “보수·보강이 필요한 97곳(25㎞)에 대해 열차 안전에 지장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 중”이라며 “이번 감사과정에서 지반공학회를 통해 침하 발생원인 및 고속철도 주행 안전성을 확인한 결과 안전 운행에는 문제없음을 확인했다. 감사 지적에 따라 노반 침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근본적인 보수·보강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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