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인의 공익활동을 촉진하려고 도입된 성실공익법인 제도를 악용해 일부 학술·장학재단들이 연간 41억여원의 면세 혜택을 받으면서도 공익사업비는 9억여원밖에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익사업비로 쓴 금액은 평균 출연재산의 0.5%에 불과했다.
감사원은 10일 공익법인 관리 및 과세 실태를 파악한 결과, 학술·장학 분야 성실공익법인 97곳이 최근 5년간 평균 공익목적사업비로 지출한 금액이 자산총액의 3.2%에 그쳤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일부 성실공익법인의 경우 주식보유 제한 완화 조처로 세금 면제 혜택을 누리면서, 출연재산 대비 공익목적사법비의 비율이 1%에도 미치지 않았다고 했다.
성실공익법인은 공익법인의 공익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에 따라 △외부 감사 실시 △출연재산 운용소득의 80% 이상을 공익사업에 사용 등 8가지 요건을 갖출 경우 면세 혜택을 주는 제도다. 일반 공익법인은 국내 법인 발행주식의 5%를 초과해 보유할 경우 증여세가 부과되는 반면 성실공익법인으로 인정되면 국내 법인의 발행주식총수의 10%까지 보유할 수 있고, 법인 총재산의 100%를 특수관계에 있는 국내 법인의 주식 등으로 보유할 수도 있다. 그만큼 세금 면제 혜택이 크다는 의미다. 2019년 상반기 기준 250개의 법인이 성실공익법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 결과 재단법인 ㄱ은 성실공익법인이라는 이유로, 총재산 926억8900만원 중 871억3800만원(94%)을 특수관계에 있는 ㄴ주식회사 주식(시가 2143억여원)으로 보유하고 있는데도 매해 50억여원의 가산세 면제 혜택을 봤다. ㄱ재단이 2018년 공익사업비로 지출한 금액은 8500만원에 불과했다. 성실공익법인인 ㄱ재단이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공익사업비(출연재산의 1%) 26억여원에서 0.03%만 지출한 것이다. 이 재단은 이후 자진 신고해 가산세 2억여원을 냈다. 25억여원을 공익사업비로 덜 썼는데 규정상 가산세는 이 금액(미달사용분)의 10%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결국 ㄱ재단은 23억여원 이상의 혜택을 본 셈이다.
ㄱ재단뿐이 아니었다. 2017년 말 기준 특수관계사의 주식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는 공익법인 4곳도 일반 공익법인이었다면 냈어야 하는 가산세를 41억여원씩(연 평균) 면제 받으면서도 공익사업비는 평균 출연재산 1893억여원의 0.5%에 해당하는 9억여원 지출했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기재부 장관에게 성실공익법인의 요건으로 출연재산 대비 일정 비율을 직접 공익목적 사업에 지출하도록 정하는 등 실제 이 법인들의 공익활동을 촉진하는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공익법인이 특수관계인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등의 형태로 이뤄져온 ‘탈세’도 지적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2018년 공시기준 총재산 10억원 이상인 1108개법인을 대상으로 출연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임직원에게 지급된 급여 내역 등을 점검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는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을 둘러싼 문제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의 경우 국세청에서 개별적으로 검증해 2019년 5월 말 현재 74건에서 혐의를 확인하고 619억원을 추징한 바 있다. 감사원은 다만 국세청에서 직접 사후 관리를 하지 않는 공익법인들은 사각 지대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ㄷ 장학회 등 26개 법인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출연자의 특수관계인 임직원 31명에게 29억여원을 급여 등으로 지급했는데도 가산세를 내지 않았다.
이밖에도 2014년 이후 사업자등록을 말소한 200개 공익법인에 대해 감사한 결과 2019년 말까지 32개 공익법인이 사업자등록이 말소됐는데도 주무 관청이 설립허가 취소 등을 하지 않아, 총 1331억원(순자산 합계 579억원)의 잔여재산이 국가에 제대로 귀속되지 않는 실정이 드러났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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