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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행정·자치

[단독] 고위공무원 1.7%만 개방직…취지는 어디로?

등록 2014-05-21 18:26수정 2014-05-21 19:08

경쟁 통해 공직사회 발전 꾀한다던 ‘개방형 직위’
개방직 166개 중 외부인사가 맡고 있는 건 25개 뿐
타부처 출신 배제 후 자기 부처 출신들로만 채우기도
3급 이상 고위공무원 개방형 직위 166개 가운데 25개(15.1%)만 민간인 등 외부인사가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고위공무원 직위 1485개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따지면 1.7%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무늬만 공모 제도”라고 꼬집은 그대로인 셈이다.

21일 <한겨레>가 안전행정부로부터 받은 ‘개방직 공무원 현황’(5월초 기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위공무원 직위 1485개 중 개방형 직위로 정한 직위는 38개 부처의 166개 자리로, 이 가운데 실제로 외부인사가 직위를 맡고 있는 경우는 25개 뿐이었다. 개방형 직위 제도는 민간을 공무원 테두리 안으로 끌어 들여 경쟁을 촉진하고 공직사회를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지난 2000년 도입됐다.

특히 38개 부처 가운데 공무원이 아닌 외부인사를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은 곳은 29곳에 달했다. 또 29곳 가운데 16곳은 타부처 출신마저 배제한 채 자기 부처 출신들로만 개방형 직위를 채웠다. 해양수산부는 감사관을 포함한 개방형 직위 3개를 모두 자기 부처 출신으로 채웠고, 고용노동부·국민권익위원회·국방부·기상청·기획재정부·대검찰청·법제처·산림청·산업통상자원부·식품의약품안전처·조달청·중소기업청·통계청·통일부·특허청 등이 모두 외부인사는 커녕 타부처 공무원에게도 문을 닫았다. 이러다보니 전체 개방형 직위 가운데 자기 부처 출신을 데려다 둔 경우는 66.3%(110명)에 달한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이런 문제가 나타난 원인으로 “현재 부처별로 선발위원회를 두고 공모제도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앙에 별도의 ‘중앙선발시험위원회’를 설치해 공정하게 민간 전문가를 선발해서 부처로 보낼 것”이란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 부처의 인사담당자는 “경쟁력 있는 민간인이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했다. 부처별로 뽑는 게 문제라기보다 민간인 지원자의 양과 질이 낮은 것이 문제라는 얘기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개방형 직위인 심판관리관의 경우 벌써 2개월 동안 채용공고를 세 번이나 냈지만 여전히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은 핑계일 뿐이란 지적이 많다. 한 정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자기 부처 사람을 개방형 직위에 내정해둔 상태에서 민간 외부인사는 채용 단계의 들러리로 전락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외부인사를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은 부처가 29곳, 자기 부처 출신 공무원만으로 자리를 채운 부처가 19곳이란 현실은 이런 증언을 그대로 뒷받침 한다. 개방형 직위 선발 면접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민간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기본 현안 지식에 대해서는 정보 격차 때문에 공무원에 뒤질 수밖에 없다. 경쟁이 안 되니까 들러리 서기 싫어 아예 지원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만큼 정보 공개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소 2년에서 최대 5년까지 개방형 직위로 공무원 생활을 한다 하더라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고, 심지어 ‘공무원 재취업 제한’에 따른 규제도 적용되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가 몰릴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이 때문에 안전행정부는 지난달 25일 ‘개방형직위 및 공모직위 운영규정’ 개정안 입법예고를 해 임용 기간을 최소 3년에서 최대 8년까지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지만, 여전히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혜수 경북대 교수(행정학)는 “개방형 직위로 들어온 외부인사 중 성과에 따라 승진을 시켜준다든지 하는 별도의 길을 열어주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원 이지은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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