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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행정·자치

지방자치 22년…‘조례’ 앞엔 아직도 높은 장벽

등록 2013-07-28 20:00수정 2013-07-28 21:38

‘법령 범위’ 넘어서면 안되는 탓
창의적 조례가 빛 못보고 사장
지역간 경쟁·유권자 이해도 부족

[현장 쏙] 지자체 조례가 내 삶을 바꾼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에 견주면 지방 선거에 쏠리는 관심은 한정되곤 한다. 그런데 지역의 단체장·의원들이 바뀌면 시민들의 일상이 바뀌는 경험들이 쌓이고 있다. 그 핵심에 ‘조례’가 있다. 헌법·법률의 시대를 지나 조례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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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22년…‘조례’ 앞엔 아직도 높은 장벽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0년이 넘었다. 시민감사관제와 주민자치예산제가 시행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방정부의 의미있는 조례들이 법률 제정에 영향을 준 사례도 여럿 있다. 1991년 충북 청주시의회의 ‘행정정보 공개 조례’는 7년 뒤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이어졌다. 당시는 공공기관이 정보를 공개한다는 것이 낯설던 때라 청주시가 대법원에 무효 소송까지 냈지만, 민주화·투명화의 대세를 거스를 순 없었다. 이는 지방정부의 조례가 법률 제정을 이끌어낸 대표적인 사례로 ‘조례 역사의 금자탑’으로 불린다. 경기도 안산시의 2003년 ‘안산시장 등의 업무추진비 공개 조례’는 2010년 중앙정부의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 규칙’ 제정에 영향을 끼쳤다. 한양대 지방자치연구소는 최근 각 지역의 우수한 조례를 뽑아 상을 주고 있다. 이달에는 서울시의 시민 공익활동 촉진 조례 등이 선정됐다.

하지만 헌법-법률-명령(시행령·시행규칙)-조례 차례로 위계적 구조로 돼 있는 법체계에서 지방자치 법규의 수준은 아직 미흡한 게 현실이다. 지방정부의 입법권인 조례 제정은 현행 지방자치법에서 “법령의 범위 안에서” 만들도록 돼 있다. 혁신적인 착상의 조례를 내놓는다 해도, 법률과 정부의 시행령·시행규칙이 정한 범위를 넘을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조례 제정권의 범위를 ‘법령의 범위’가 아니라 일본처럼 ‘법률의 범위’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례 제정 범위가 너무나 좁고 해석을 둘러싼 혼란이 일자, 참여정부 때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는 ‘법령에 위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로 개정할지를 검토했다가 그대로 둔 바 있다. 지방정부의 창의적 조례안들이 소리소문 없이 잊혀지는 사례가 많다는 게 조례 전문가들의 얘기다.

또다른 현실적 장벽은 ‘지방정치’가 아직 활짝 발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선·총선의 종속변수로 바라보거나, 정권 중간심판론과 정권 안정론의 구도에서 접근하는 시각이 정치권에서 우세하다. 그 영향으로 지방선거에서 정치세력 사이에 정책 대결이 본격화하지 못한 양상이다. 좋은 지역 수준의 정책 경쟁이 빈약하니, 이를 제도화하는 좋은 조례도 나오기가 어려운 것이다. 조례의 위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이해도 두텁지 못하다.

한상우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지방자치연구소장)는 “지방의회 의정 보좌인력 부족 등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유권자들도 지방선거에서 정당이나 후보와의 친소관계만 볼 게 아니라 정책 공약을 살펴야 한다. 이런 측면의 시민정치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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