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예산 심의권 훼손” 지적
정부가 강우 레이더 설치와 하천 정비, 가축분뇨 처리시설 확충 등 사업 예산 수십억원을 4대강 홍보비로 전용해온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런 예산전용이 법적 절차를 밟아 이뤄졌지만 국회 예산 심의권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27일 “국회에서 요청한 ‘정부 홍보비 예산 집행 실태’를 감사한 결과, 국토해양부 등 5개 부처에서 2009년~2010년 10월 사이 예산전용을 통해 86억원의 홍보비를 증액했으며 그 대부분이 4대강 사업 홍보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부처별로 보면, 국토해양부는 강우 레이더 설치 7억원과 홍수예보 및 수문 조사 3500만원, 치수 연구개발 2억원, 국가하천 정비 24억5500만원, 본부 기본경비 20억원 등의 예산을 4대강 홍보예산으로 전용해 사용했다. 환경부도 지방자치단체에 보조해주는 가축분뇨 처리시설 예산 26억원을 4대강 홍보비로 사용했다. 이처럼 22개월 동안 4대강 홍보비로 전용된 예산은 80억원에 달해 전체 예산 전용액(86억원)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감사원은 “예산전용 등을 통해 홍보비를 증액할 때 관계법규상의 절차를 준수했다 하더라도 ‘국회가 심의·확정한 예산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려할 때 대규모 예산을 전용해 홍보비로 집행하는 것은 국회의 예산 심의권 훼손 소지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4대강 홍보버스 운영, 4대강 디카·폰카 사진공모전, 4대강 홈페이지 오픈 퀴즈 이벤트, 16개 보 온라인이벤트 등 홍보 이벤트를 펼치며 사업비 1억6300만원을 과다 집행한 사실도 밝혀냈다. 또 감사원은 5개 부처가 이른바 기사형 광고 291건(16억원)을 집행해 광고를 기사로 혼동시켜 언론의 신뢰성을 저하하고 독자의 오인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국회의 ‘2009 회계연도 결산 관련 감사원에 대한 감사요구안’에 따라 실시됐으며, 문화체육관광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5개 부를 상대로 진행됐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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