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원 R&D예산 편성·출연기관 관리 권한 부여
‘작은 정부’와 엇갈려…야당 “차라리 부서 신설을”
‘작은 정부’와 엇갈려…야당 “차라리 부서 신설을”
당정, 국과위 ‘장관급 행정위’로 전환 추진
대통령 직속 심의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를 연간 14조원에 이르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편성·조정권을 갖는 장관급 행정위원회로 바꾸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당정회의를 열어 국과위를 방송통신위·공정거래위와 같은 ‘중앙행정기관형 행정위원회’로 강화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작지만 강한 정부’를 표방하며 폐지했던 과학기술부를 변칙적인 형태로 부활시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당정이 확정한 ‘연구개발 거버넌스 선진화 방안’은 비상설기구인 국과위를 직원 150명 규모의 독립된 행정부처(행정위원회)로 바꾸는 걸 뼈대로 하고 있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국과위가 연구개발 예산의 편성·조정권을 갖게 되고, 과학기술 관련 법률 제안권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성과관리 기능도 보유하게 된다. 기획재정부가 지닌 연구개발 예산(2010년 13조7000억원)의 편성·조정권 대부분도 국과위로 넘어간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인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은 “과학기술 정책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과학계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부터 과학기술기본법·정부조직법 등 관련 법안 개정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초중등교육 부분은 교육청으로 이관하고 중앙 정부부처는 고등교육과 국가연구개발 부분만 집중한다는 취지로 교육부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를 합쳐 ‘교육과학기술부’를 만들었다. 그러나 우려했던 대로 교과부의 현안은 교육 위주로 흘러갔고, 각 부처로 이관된 국가연구개발은 부처간 경쟁과 중복 투자 등 부작용만 생겼다. 장관급위원회 신설은 정부의 무리한 부처 통폐합이 실수인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과기부 폐지에 반대했던 야당과 과학기술계는 “정부가 뒤늦게나마 실수를 인정하고 과학기술 행정체계를 개편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일”이라며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실효성엔 의문을 나타냈다.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년 반의 시행착오와 오판에 따른 국가적 손실에 대해선 정부가 책임있게 사과해야 한다”며 “장관급 행정위원회를 만드는 편법적 방식보다는 정직하게 부서를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환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포항공대 교수)은 “행정적 지배구조의 핵심인 예산편성권이 국가연구개발위원회에 부여될지가 핵심인데 부처 간 이견 조정이 쉬울지 모르겠다”며 “위원회가 부처 간 연구개발 사업을 조정할 권한을 가지려면 현재 고려되고 있는 ‘장관급’으로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정애 송호진 기자, 이근영 선임기자 hongbyul@hani.co.kr
이정애 송호진 기자, 이근영 선임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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