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4대강 사업을 비롯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동시다발로 본격 추진하면서 40조원에 가까운 보상금이 한꺼번에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9조9000억원가량이 풀렸던 2006년 이후 연간 최대 규모여서 집값과 땅값 폭등을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된다.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건설업계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우선 지난해 사전예약을 마친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4곳에서만 약 7조원이 풀릴 예정이고, 2008년 금융위기로 보상이 미뤄졌던 인천 검단새도시와 경기 평택 도덕국제화지구에서도 각각 4조1700억원과 3조6000억원씩의 보상금이 올해 안에 집행된다. 또 경기 파주 운정3지구(3조5000억원)를 포함해 고양 지축지구(1조2462억원), 화성 봉담지구(7154억원) 등 다른 수도권 택지개발사업에서도 5조원이 넘는 보상비가 대기하고 있다.
여기에다 4대강 사업 추진에 따른 보상비 2조8000억원과 함께, 이명박 정부 출범 뒤 보류했던 기업·혁신도시 관련 보상들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외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하는 각종 건설사업 보상비(7조~9조원)와 도로·철도공사 관련 보상비(4조~5조원)가 예년 수준만 되더라도 올해 보상비 총액은 4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대형건설회사 임원은 “올해 특히 지자체 선거가 있어 어느 때보다 보상기준이 완화되고 빨리 집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상 유례없는 보상비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부동산시장이다. 저금리 기조 속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보상비가 부동산시장으로 다시 흘러들게 되면 참여정부 중반기처럼 ‘부동산 광풍’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보상비가 무조건 부동산으로 재투자되진 않겠지만, 올해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면 수익성을 좇아 상당 부분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2월11일로 끝나면 토지보상금은 일반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 부동산시장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있고 대토 수요가 발생하면서 땅값 역시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보상비 급증에 따른 부동산가격 폭등 위험이 높다고 판단하고 현금 대신 채권과 대토 보상 비중을 높일 방침이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현행 법령은 현금 보상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다, 그나마 정부가 채권과 대토 보상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중이다. 국토해양부 집계로는, 2008년 기준 전체 보상비 가운데 채권과 대토 보상 비중은 5.6%에 불과하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채권 비중을 늘리면 당장 많은 돈이 시중에 돌아다니진 않겠지만 대토는 주변 토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선 무엇보다 개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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