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1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교수 시절 ‘한국신용평가’ 사외이사 등기 드러나
공무원법 위반…청문회선 “영리기업서 역할안해”
공무원법 위반…청문회선 “영리기업서 역할안해”
정운찬 국무총리가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 영리법인인 한국신용평가의 등기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12일 “정 총리가 1998년 한국신용평가정보와 무디스 합작법인으로 출발한 한국신용평가의 설립이사로 다른 6명의 이사진과 함께 등기했고, 2000년 9월 이사직을 중도 사임했다”며 당시 한국신용평가의 등기증명서를 공개했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정 총리가 ‘영리기업에서 자문이나 고문 역할을 하거나 제안받은 적이 없다’고 하더니 영리기업 등기이사로 재임하는 등 고의적인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국무총리실과 한국신용평가회사는 보도자료를 내어 “상근이사가 아닌 사외이사로 활동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이 기간 보수는 받은 바 없으며, 회의 참석비 명목으로 소정의 회의비를 받은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총리실은 또 “교육 공무원이 영리법인의 사외이사를 맡기 위해서는 소속 기관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교육공무원법’ 규정이 제정되기 이전의 일”이라며 법률적 문제는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총리실의 이런 해명에 대해 최 의원은 “법률을 거꾸로 해석하며 궁상맞은 답변을 내놓고 있다”며 재반박에 나섰다. 최 의원은 “교육공무원법 19조2항이 제정되기 전에는 교육 공무원도 다른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국가공무원법’(64조)의 적용을 받아, 영리 목적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고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즉, 정 총리의 문제는 교육공무원법을 어긴 게 아니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교육과학기술부가 2000년 11월 ‘국립대학 교수들이 사외이사로 겸직을 하는 것은 공무원 겸직금지 조항 위반인 만큼,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정하게 관리해달라’는 공문을 서울대에 보냈다”고 공개하며, 정 총리 쪽 답변의 모순을 파고 들었다.
최 의원은 또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이 대기업 사외이사 겸직이 문제돼 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던 것과 비교해도 정 총리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이 전 총장의 퇴임으로 선거를 통해 서울대 총장에 취임했다. 최 의원은 “정 총리가 똑같이 영리기업의 사외이사로 겸직해 놓고도 이 전 총장의 낙마 이후 서울대 총장에 취임한 것은 파렴치한 행위”라며 “지금 와서 교육공무원법이 제정된 것이 2002년 이후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는 겸직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은 ‘정운찬만의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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