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총리가 지난 2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14일 실장급 이상 총리실 간부 직원들을 한데 모아놓고 호되게 질책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정부종합청사 집무실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각 실·국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들은 뒤 “총리실이 부처에서 자료를 받아 정책자료를 만드는 사례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런 것들을 고쳐야 한다”며 “총리실이 담당할 새로운 분야는 부처 보고서를 적당히 받아서 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다그쳤다.
한 총리는 이어 “이제는 내부혁신을 해야 하며 과거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며 “새로 들어오는 공무원들이 총리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불행히도 (총리실이) 우선 순위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총리실이 과거와는 달리 바뀌어야 한다”며 ‘쇄신’을 여러번 되뇌었다.
한 총리가 발끈한 데는 취임 뒤 1달 반이 지나도록 총리실이 조직개편 이전인 부처간 조정 업무 시절의 타성에만 젖어 있다고 판단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새 정부의 총리실 고유 영역으로 자리매김된 △자원외교 △기후변화대책 △규제개혁 따위에 대한 ‘아이디어’가 거의 없다는 점이 직접 동인으로 작용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 배석자는 “총리가 일을 본격적으로 해나가야 하는 시점인데도 아직 준비가 덜됐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어제도 (간부들이) 회의도 했는데 (정작 오늘) 보고에서는 총리가 요구한 수위에 대한 명쾌한 대답이 안나왔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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