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찹한 대법관들 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 회의에 앞서 대법관들이 굳은 표정으로 회의가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비리 연루땐 재판 배제…재임용 심사도 어렵게
“법관 임용 과정부터 검증해야” 근본대책 주문도
“법관 임용 과정부터 검증해야” 근본대책 주문도
대책 평가와 반응
대법원이 16일 발표한 법조비리 대책은 부적절한 처신을 하거나 비위 혐의가 있는 법관을 ‘되도록 빨리 적발해 걸러낸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법원에서 감찰 기능을 맡고 있는 윤리감사관실의 인원을 늘리고, 법관징계위원회나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참여시켜 감찰·징계 절차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것도 이런 취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관이 2천명인 상황에서는 환부가 생길 것을 예상할 수 있고, 그러면 환부를 빨리 도려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이 발표한 대책은 법조비리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관의 신분은 법으로 보장되기 때문에 법관 임용 단계에서부터 비리 가능성을 차단해야 하는데, 대법원의 대책은 이런 예방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민경한 사법위원장은 “법조 일원화가 제대로 작동되고, 로스쿨 제도가 도입돼 법관 임용 과정이 바뀌는 것이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법관 임용 과정에서부터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도 “법원 조직의 특성상 법관 개개인의 윤리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해부터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외부 인사를 판사로 임용해 오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는 20명, 2008년 30명, 2010년 50명, 2012년 75명 정도를 외부 인사로 채울 예정이다. 지난해는 27명이 신청했고, 올해는 48명이 신청했다. 민 위원장은 “변호사 시절에 실력과 인품을 검증받은 뛰어난 사람이 판사로 임명되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로스쿨을 나온 사람이 변호사로 활동하며 능력과 인품에 대한 검증을 거치고 이후 법관으로 임용되려면 로스쿨제도가 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인섭 교수(서울대)는 “폐쇄적인 법관 임용과 법원 운영에서 벗어나 법원이 열린 조직이 되는 것이 기존의 관행에서 나오는 비리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이날 대책에 대해 법원 안에서는 “예상보다 강도가 높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관징계위원회에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것은 획기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비위 판사를 재판 업무에서 배제하고 연임 심사를 강화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대법원이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과거보다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법 홈페이지에 ‘법조비리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방안은 법원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는데 채택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대책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법원은 ‘연고주의’ 타파를 위해 재판부 구성원과 ‘특별한 개인적 관계’가 있는 변호사는 재판장이 사건의 재배당을 요구하도록 했다. 그러나 ‘특별한 관계’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장윤기 법원행정처장은 “법관 스스로 판단해서 단순한 지연, 학연이 아니라 그 사건의 재판을 맡았을 때 제3자가 보기에 불공정하다고 판단할 우려가 있다면 재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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