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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행정·자치

적발·징계에만 초점 예방책 안보여

등록 2006-08-16 18:58수정 2006-08-16 22:19

<b>착찹한 대법관들</b> 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 회의에 앞서 대법관들이 굳은 표정으로 회의가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착찹한 대법관들 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 회의에 앞서 대법관들이 굳은 표정으로 회의가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비리 연루땐 재판 배제…재임용 심사도 어렵게
“법관 임용 과정부터 검증해야” 근본대책 주문도
대책 평가와 반응

대법원이 16일 발표한 법조비리 대책은 부적절한 처신을 하거나 비위 혐의가 있는 법관을 ‘되도록 빨리 적발해 걸러낸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법원에서 감찰 기능을 맡고 있는 윤리감사관실의 인원을 늘리고, 법관징계위원회나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참여시켜 감찰·징계 절차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것도 이런 취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관이 2천명인 상황에서는 환부가 생길 것을 예상할 수 있고, 그러면 환부를 빨리 도려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이 발표한 대책은 법조비리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관의 신분은 법으로 보장되기 때문에 법관 임용 단계에서부터 비리 가능성을 차단해야 하는데, 대법원의 대책은 이런 예방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민경한 사법위원장은 “법조 일원화가 제대로 작동되고, 로스쿨 제도가 도입돼 법관 임용 과정이 바뀌는 것이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법관 임용 과정에서부터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도 “법원 조직의 특성상 법관 개개인의 윤리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해부터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외부 인사를 판사로 임용해 오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는 20명, 2008년 30명, 2010년 50명, 2012년 75명 정도를 외부 인사로 채울 예정이다. 지난해는 27명이 신청했고, 올해는 48명이 신청했다. 민 위원장은 “변호사 시절에 실력과 인품을 검증받은 뛰어난 사람이 판사로 임명되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로스쿨을 나온 사람이 변호사로 활동하며 능력과 인품에 대한 검증을 거치고 이후 법관으로 임용되려면 로스쿨제도가 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인섭 교수(서울대)는 “폐쇄적인 법관 임용과 법원 운영에서 벗어나 법원이 열린 조직이 되는 것이 기존의 관행에서 나오는 비리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이날 대책에 대해 법원 안에서는 “예상보다 강도가 높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관징계위원회에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것은 획기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비위 판사를 재판 업무에서 배제하고 연임 심사를 강화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대법원이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과거보다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법 홈페이지에 ‘법조비리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방안은 법원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는데 채택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대책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법원은 ‘연고주의’ 타파를 위해 재판부 구성원과 ‘특별한 개인적 관계’가 있는 변호사는 재판장이 사건의 재배당을 요구하도록 했다. 그러나 ‘특별한 관계’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장윤기 법원행정처장은 “법관 스스로 판단해서 단순한 지연, 학연이 아니라 그 사건의 재판을 맡았을 때 제3자가 보기에 불공정하다고 판단할 우려가 있다면 재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국민과 소통하지 못해 법원 위기 왔다”

대법원장 사과문 요약

우리는 최근 드러난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사법에 대한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장인 저는 전국의 모든 법관들과 더불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를 비롯한 법관들은 사법부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주요 원인이 우리 스스로에게 있음을 통감하고 이번 사태에 대하여 깊이 자성하여야 합니다.

지금의 상황은 우리 법관들은 잘 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몰라주고 있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여유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현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우리 스스로 사법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여 이를 실천하여야 합니다.

법관으로서의 청렴성이나 공정성을 훼손하거나 의심받을 만한 행위가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허용되어 왔다면 그런 관행은 결단코 없애야 합니다. 만약 개인의 노력만으로 변화를 이루기 어렵다면, 제도를 만들어서라도 법관으로서의 품위와 절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아직도 전관예우가 엄연히 존재한다고 믿고 있고, 재판 결과가 청탁과 정실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법불신의 원인을 여러가지로 달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그 주된 원인이 공개된 법정에서 당사자와의 사이에 적정한 의사소통 없이 재판의 결론을 도출해 내는 그 동안의 잘못된 재판관행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법정이 아닌 판사실에서 법관들 만에 의해 재판의 실체가 형성된다고 믿는 데 따른 불안감과 의구심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번 사건도 근본적으로는 법관들이 법정에서 국민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던 종래의 재판관행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사법부답게 꿋꿋하게 우리의 위치를 지키면서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해 갑시다. 우리 모두의 뜻과 마음을 합친다면 오늘의 시련은 내일을 위한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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