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받는 교사 수사 협조엔 소극적…‘이중 플레이’ 비난도
교육인적자원부가 입시·진학 담당 교사들을 상대로 공공연히 금품을 살포하는 입시업계의 부조리에 대해 형사고발하는 등 그릇된 관행을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고 29일 밝혔다.
교육부는 최근 입시업 관련 협회에 보낸 공문에서 “업체들이 판촉행위의 일환으로 교사들을 초청해 식사나 향응을 제공하고 금품을 주는 것은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라며 “이 경우 업체를 반드시 고발조치해 형사상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알렸다.
공문은 한국학원총연합회와 학습자료협회 등에 보냈다고 교육부는 덧붙였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전국 7만여개의 학원 가운데 2만1천여곳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단체이고, 학습자료협회는 학습지 출판사들의 모임으로 108곳이 회원사다.
앞서 지난 9일 일선 고등학교의 입시·진학 담당 교사 160여명은 한 유명 입시전문 업체의 주최로 특급호텔에서 열린 진학지도 설명회에 참석해 저녁식사 대접을 받은 뒤 10만원씩 담긴 돈봉투를 건네받아(<한겨레> 3월10일치 11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교육부는 이처럼 ‘교사들에 대한 입시업체의 향응·촌지 근절 방침’을 밝히면서도, 입시업체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접대받은 교사들에 대한 수사에는 제대로 협조하지 않아 ‘이중적 행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사들에 대한 입시업체의 무더기 향응·촌지 제공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지난 22일 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다각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으나, 업체 쪽이 교사 명단을 확보할 수 있는 자료를 모두 없애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호 수서경찰서 지능수사팀장은 “업체 쪽이 돈을 준 사실은 모두 시인했지만, 참석 교사들의 자필 서명이 담긴 방명록과 행사 관련 자료를 모두 폐기한 것은 물론 업무용 컴퓨터까지 다시 포맷했다”며 “교사 명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행사 참석 교사를 파악하기 위해 교육부에 일선 학교의 교사 근태 현황을 요청하는 협조 공문까지 보냈다.
하지만 교육부 쪽은 “일단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으니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경찰의 요청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이에 경찰은 “참석 교사의 명단과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선 교육부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교육부가 해당 업체와 교사들을 고발해놓고 수사에 적극적인 협조를 하지 않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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