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인력공단은 국가기술자격 시험을 치를 때마다 감독관 등 시험위원으로 공단 직원의 배우자를 우선 위촉해, 1회 평균 24만원씩 수당을 지급해왔다.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직원의 배우자 328명이 시험위원이 돼 수당을 받아 갔는데, 연간 278차례 위촉된 이도 있었다. 미성년 자녀도 10명이 39차례 위촉됐다. 이 기간 시험위원으로 활동한 직원 가족 수는 모두 373명으로, 이들은 3만4199차례에 걸쳐 수당 40억원을 받았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을 포함해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운영되는 ‘출연·출자기관 경영관리실태’ 감사보고서를 20일 공개했다. 감사 대상은 155개 출연·출자 기관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자료를 제출받았다. 한국환경공단 등 18개 기관은 지난해 10~12월 실지감사도 받았다. 그 결과 감사원은 위법·부당 사항 162건을 확인해 30명의 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및 사업 관리 부실, 별도 자금 운용에 따른 예산 낭비와 함께 퇴직자 챙기기, 성과급 과다 지급 등 ‘제 식구 챙기기’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었다. 불공정 채용, 특혜 계약, 복무 위반 등 위법·부당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며 해당 사례를 다수 공개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국환경공단은 퇴직자들이 설립한 업체와 폐비닐 처리 시설 위탁운영 계약을 하면서 퇴직자 인건비를 법정 기준보다 높게 정해 71억원을 과다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도 이 업체가 공단에 내야 할 판매 수입은 예상 단가를 과소 산정해 최대 37억원 적게 내도록 했다. 감사원은 이런 공단 업무 때문에 108억원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봤다.
신용보증기금(신보)은 사우회가 100% 출자한 회사를 업무 수탁기관으로 임의로 선정해, 10년 동안 일감 237억원어치를 수의계약 형태로 몰아준 것으로 조사됐다. 그 대신 이 회사는 신보 퇴직자 71명을 채용했는데, 신보는 이 회사 입사를 원하는 현직자 명단을 반기마다 이 회사에 보냈다.
감사원은 도로교통공단 임금피크제 1년차 직원 24명 가운데 13명이 지난해 상반기에 거의 출근하지 않거나, 주 1회만 출근한 사례도 적발했다. 이 회사 임금피크제 1년차의 근무 단축 시간은 전체 근무 시간의 25%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복무 기강 해이와 업무 태만 등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이 회사 직원 9명은 2021~2022년 재택근무나 출장을 보고한 뒤 18차례 무단 이탈해 골프장에 갔다. 이 회사가 총사업비 100억원을 들여 운영 중인 ‘아톰케어’(방사능 영향평가 정보시스템)에선 2018~2022년 원전 정보 수신 장애가 221건 발생했는데, 회사는 그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출연기관 적립금이 2100억원에 이르는데도 기획재정부가 이를 파악하지 못해 출연금을 예산 편성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감사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로부터 공직자 7000여명의 최근 5년간 열차 이용 내역을 제출받는 등 ‘먼지털기’식 감사 논란을 빚기도 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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