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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퇴출’ 유해물질 국내 방향제·세정제 등 244개 제품에 사용

등록 2021-10-12 17:33수정 2021-10-12 18:05

감사원, 생활화학제품 관리실태 감사 보고서 공개
미인가·과장 광고 ‘성능 미달’ 마스크 여전히 유통
지난 8월31일 낮 가습기살균제 참사 공론화 10주년을 맞아 피해자와 유가족이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희생자 유품 200여점을 공개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8월31일 낮 가습기살균제 참사 공론화 10주년을 맞아 피해자와 유가족이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희생자 유품 200여점을 공개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유해성이 커 유럽연합(EU)에서 퇴출 결정된 화학물질이 국내서는 방향제, 세정제, 탈취제 등 244개 제품에 최대 68%의 농도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과장 광고로 적발된 보건용 마스크 중 상당수가 여전히 성능 미달인데도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12일 공개한 생활화학제품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 보고서에서 환경부의 생활화학제품 안전 관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폴리옥시에틸렌옥틸페닐에테르’(상용이름 옥토시놀)이 국내에서는 사용 규제가 없어 382개 업체가 1309톤(2018년 화학물질통계조사 기준)을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에서는 이 물질이 내분비계 장애를 유발하는 성질이 있다는 이유로 2021년 1월 이전에 허가받은 경우만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피임약으로 사용되고 있고, 화장품 보존제 등으로도 사용된 이 물질은 분해과정에서 유독물질(노닐페놀)로 바뀌는 게 확인돼, 방류될 경우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를 보면, 이 물질 외에도 유럽연합에서 발암성, 생식독성, 돌연변이, 내분비계 장애 발생 등 인체나 환경 및 동식물에 대한 심각한 유해성이 확인돼 ‘허가물질목록’에 오른 물질 가운데 10종이 국내에서는 어떠한 제한도 없이 사용되고 있다. 2018년 화학물질통계조사 자료를 통해 본 결과, 국내 1023개 업체에서 이 물질 10종을 2만6927톤가량 사용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환경부가 해외 규제) 물질이 함유된 제품의 위해성을 평가하는 체계적인 화학물질 및 제품의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지난해 국가기술표준원 실태조사·점검에서 허가받지 않은 마스크에 미세먼지, 감염원 차단 등 의학적 효능·효과를 표시·광고한 668건을 적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통보했는데도 이번 감사까지 적정한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감사원이 지난 4월까지 광고를 하고 있던 대상 마스크 제품 가운데 상위 15개 제품을 확인한 결과, 11개 제품의 분진포집효율이 보건용 마스크(KF80 기준 80%) 성능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분진포집효율이 9%에 불과한 제품도 있었다. 감사원은 국가기술표준원도 KC마크(안전·보건·환경·품질 등 분야별 인증마크를 단일화한 국가인증통합마크)를 허위로 표시했다고 의심되는 온라인 쇼핑몰 273건에 대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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