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8년 만에 어렵사리 국회 문턱을 넘은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이 내년 5월19일 시행을 앞두고 법률의 세부 내용을 담은 시행령 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공직자 자신의 직무와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신고대상 행위와 금지행위의 명확한 범위가 처음으로 규정됐다.
이해충돌방지법의 소관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이해충돌방지법 시행령 제정안을 다음달 2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10일 밝혔다. 공직자의 부당한 사익추구를 금지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령은 △사적이해관계자 신고·회피 의무 △부동산 보유·매수 신고 의무 △고위공직자 가족의 채용 및 수의계약 체결 제한 등 10가지 행위기준을 담고 있다.
먼저 올 한해 한국사회를 흔들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파문 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새만금개발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포함한 16개 광역도시·개발공사 임직원들은 소속 공공기관의 업무와 관련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매수하는 경우 이 사실을 신고하도록 했다. △공공주택사업 △산업단지조성사업 △도시재생사업 △항만재개발사업 △역세권개발사업 등 공공기관 부동산 개발 업무를 하는 공직자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도에서 사업계획을 승인한 도시재생사업 지구에 생계를 함께 하는 어머니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도청 담당 공무원은 도청 이해충돌담당관에게 부동산 보유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하기 위해 직무관련자가 사적이해관계자임을 알게 되면 신고하고 해당업무를 회피하도록 규정한다. 법률에는 사적이해관계자로 △자신이나 가족 △현재를 포함해 2년 이내에 자신과 가족이 임원 등으로 재직했거나, 대리·고문·자문했던 단체 등을 사적이해관계자로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 제정안은 여기에 △공직자를 지휘・감독하는 상급자 △청탁금지법의 금품수수 허용 범위를 초과하는 금전거래가 있는 사람(친족 제외) △비상임위원이었던 사람으로서 해당 공직자의 안건을 심의·의결한 사람 등 실질적으로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 등을 추가했다. 학연, 지연, 혈연, 종교, 직연 또는 채용동기 등으로 친분 관계에 있는 사람이 직무관련자여서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이해충돌방지담당관이 판단하는 경우에도 사적이해관계자가 된다.
공공기관의 비상임위원으로 근무하며 기업의 법 위반 사항을 심의·의결했던 변호사가 소속된 로펌에서 해당 기업을 대리하는 경우,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공공기관 공직자는 해당 변호사를 사적이해관계자로 신고하고 업무에서 회피를 신청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친분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중학교 동창이 건축허가를 신청하고 자신이 그 담당자라면 이해충돌담당관에게 직무회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시행령 제정안은 각 공공기관에서 이해충돌 여부를 판단하는 이해충돌방지담당관의 자격조건도 제시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감사·수사·조사·평가와 같은 부패방지 업무를 3년 이상 담당했거나, 3년 이상 경력의 법조인, 공공, 민간기관에서 부패방지업무를 3년 이상 담당하고, 부서의 책임자 이상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 공공기관·법인·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의 지원을 받는 단체에서 부패방지 관련 업무를 1년 이상 담당한 사람으로서 5급공무원 이상의 자격을 갖춘 사람 등이다.
시행령 제정안은 이외에도 직무관련자와의 거래신고, 고위공직자의 민간부문 업무활동 내역 제출, 퇴직자 사적접촉 신고 범위 등을 구체화하고, 신고방법과 처리절차도 규정하고 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이해충돌방지법령이 실효적인 제도적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입법예고 기간 국민 여러분과 관계기관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