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48년이나 규격과 다르게 제작돼 방수·방습 기능이 떨어질 수 있는 불량 용기에 담긴 탄약을 납품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3일 국방부, 방위사업청, 국방기술품질원 등 8개 기관에 대해 실시한 ‘탄약 조달 및 관리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며 국방기술품질원 등에 ‘주의’를 줬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2016년 1월부터 2020년 9월까지 4개 완성탄 업체로부터 국방규격과 다른 지환통(탄약통) 191만1753개(94억원어치)를 납품받았다. 지환통은 탄약을 오래 비축하기 위해 여러 겹의 종이와 아스팔트를 겹쳐 만든 탄약 보관·포장 용기로, 외부 충격으로부터 탄약을 보호하고 습기·결로에 의해 탄약이 부식하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한다. 이를 위한 지환통의 국방규격은 알루미늄 포일 1개층, 이중 크라프트지 2장, 아스팔트 크라프트지 1장, 아스팔트 6개층 등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이번 감사기간에 방사청이 납품받은 지환통 5종, 31개의 품질검사를 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이중 크라프트지가 일부 또는 전부 일반 판지로 대체돼 있는 등 국방규격과 다르게 만들어진 것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완성탄 업체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지환통을 납품한 두개 업체가 이중 크라프트지를 1장만 사용하고 있었고, 1973년 국방규격이 제정된 뒤 이번 감사 때까지 군에 납품한 모든 지환통을 규격과 다르게 만들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국내에서 지환통을 만드는 업체는 이 두 업체뿐이며, 이 가운데 한 업체는 1973년 이전부터 군에 지환통을 납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런 문제가 적발되지 않은 것은 지환통에 대한 품질보증 책임이 있는 네개 완성탄 업체가 납품받은 지환통이 국방규격에 맞는지 검증을 소홀히 한 채 기술품질원에 업체품질보증계획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기술품질원 역시 보완요구 없이 계획서를 그대로 승인했다. 규정대표 완성탄 업체가 지환통을 잘라봤다면 육안으로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감사원은 국방부에는 이 지환통을 사용해 보관해 온 탄약에 대한 방수·방습 강화 등 보완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고, 방사청에는 완성탄 업체에 하자보증기간(5년) 내 물량에 대해 대체 납품 요구 등의 조치를 할 것을 통보했다. 해당 완성탄 업체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도 요구했다. 기술품질원에는 업체품질보증계획서 검토와 정부품질보증 업무를 철저히 할 것과 관련자들에 대한 ‘주의’ 처분을 요구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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