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를 보면서 사람들은 화려하고 실감나는 화면에 매료됐겠지만 나는 두 가지 의문이 생겼다. 첫째 의문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주인공을 왜 휠체어 장애인으로 설정했을까?’ 하는 것이고 둘째 의문은 ‘판도라 행성에 살고 있는 원주민 나비족을 왜 키가 3m나 되는 장신으로 만들었을까?’였다.
주인공 제이크는 용감한 해병이었다. 그러다 전투 중 하반신 마비 장애를 갖게 돼 퇴역을 했다. 그래서 아바타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제이크가 수동 휠체어를 타고 군인들과 함께 행동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바로 그런 모습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통합 사회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에게 참 고마웠다. 역시 그냥 거장 소리를 듣는 것은 아니구나. 주인공 제이크 역할을 맡은 샘 워딩턴의 가느다란 다리를 보면서 감독이 어떻게 저렇게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나 싶어 감탄스러웠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감독을 의심하게 됐다. 역시 캐머런 감독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불행하다고 느끼고 장애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고 전제했기에 아바타가 된 후 제이크는 실험실을 뛰쳐나와 껑충껑충 달리며 신체의 자유를 즐기는 모습이 나온다.
제이크가 나비족 원주민들과 동화되기를 원한 것은 사랑과 평화에 대한 본능과 윤리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제이크가 꿈에서 깨어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역시 장애의 몸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란 추측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감독은 아바타의 주인공을 일부러 장애인으로 설정한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나비족은 왜 키가 인간의 두 배 가까이 되고 발가락을 오므려 땅을 팔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센 신체적 조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만들었을까?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보다 작고 힘이 약한 종족으로 만들 수는 없었을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의 희망의 대상인 우주에 있는 판도라 행성에는 동물들도 모두 크고 힘이 세다. 강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상상해 볼 수 있는 미래 세계에서는 약자들은 도태된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 세계는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에 의해 운영됐던 원시사회도 아니고, 현대사회처럼 돈과 권력에 의해 인간 질서가 잡히고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받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아바타>를 보면 미래 사회 역시 약자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는 현재를 바탕으로 발생할 수 있는 미래를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그래서 이런 공상과학영화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인데 영화 <아바타>는 인간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방귀희 (사)장애인문화진흥회 회장
방귀희 (사)장애인문화진흥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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