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국민소통·민심경청 결과보고회’가 끝난 뒤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직후에 나온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의 사과에 이어 두번째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그럼에도 집권여당 대표들이 하나의 사건에 대해 두번이나 사과를 한 것은, 더 이상 이 문제에 발목을 잡혀서는 이탈한 지지층의 복원도,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도 쉽지 않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이날 취임 한달을 맞아 연 ‘국민소통 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이 “청년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지위 인맥으로 서로 인턴 시켜주고 품앗이하듯 스펙 쌓기 해주는 것은 딱히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시스템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었다. 민주당은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송 대표의 이런 언급은 적절했다고 본다. 앞서 조 전 장관 역시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통해 자녀의 상급학교 진학 과정에서 서민들로선 접근 불가능한 네트워크의 동원과 관행의 답습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한 바 있다.
송 대표의 사과를 두고 일부 강성 당원들이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올리는 등 비판했지만, “민심에 답한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민주당 내부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4·7 재보선 직후 초선의원들이 조국 사태에 대해 반성한다는 의견을 냈다가 강성 당원과 지지자들의 압박에 밀려 입장을 철회했던 전례에 비춰 진일보한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조 전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공직을 떠난 사인으로 자기방어와 항변에 힘쓸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제 저를 잊고 부동산, 민생, 검찰, 언론 등 개혁작업에 매진해주시길 바라 마지않는다”고 했다. 조국에겐 ‘조국의 시간’이, 민주당에는 ‘민주당의 시간’이 있다. 이젠 민주당도 이 문제를 놓고 더 이상 소모적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를 바란다.
송 대표는 ‘공정’과 ‘정의’를 중시해온 민주당 정권의 ‘내로남불’ 행태에 대해서도 반성했다.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누구보다 크게 외치고 남을 단죄했던 우리들이 과연 자기 문제와 자녀들의 문제에 그런 원칙을 지켜왔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는 발언은 청년층과 이탈한 지지층의 실망감이 어디서 연유하는지를 제대로 인식한 결과라고 평가할 만하다. 청년과 일반 국민들의 박탈감을 부른 ‘불공정’과 ‘이중잣대’는 조 전 장관 가족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말로는 정의와 공정, 함께 잘사는 세상을 이야기하면서 뒤로는 제 가족, 제 자식의 안위와 성공을 위해 ‘기회 사재기’에 몰두해온 고소득·고학력 상위 중산층 전반의 부끄러운 자화상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송 대표 사과의 진정성을 정책과 입법을 통해 보여줘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 상위 중산층의 ‘기회 사재기’를 근절하고, 자녀의 성장과 성공 기회가 부모의 경제력과 출신 배경에 좌우되지 않도록 공정한 입시·취업 제도를 마련하는 데 힘을 쏟길 바란다. 청년들이 기득권의 높은 벽 앞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에 매진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