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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농협 직원의 ‘셀프 대출’ 땅 투기 개탄스럽다

등록 2021-05-12 04:59수정 2021-05-12 07:32

공공임대주택두배로연대가 지난달 1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3기 신도시 공공성 강화 및 투기 이익 환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임대주택두배로연대가 지난달 1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3기 신도시 공공성 강화 및 투기 이익 환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으로 국민적 분노가 큰 가운데, 이번에는 지역농협 직원들이 ‘셀프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기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11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보면, 경기 북시흥농협과 부천축산농협 일부 직원들이 자신이 근무하는 농협에서 담보 대출을 받아 광명 3기 새도시 후보지 인근 농지와 상가 등을 사들였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내규에 따른 ‘임직원 대출’ 규제를 피하려고 가족 명의로 대출을 받았다. 개중에는 자신의 가족이 신청한 대출의 심사에 참여해 돈을 내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자신이 지키는 곳간을 열어 사사로운 욕심을 채우는 데 쓴 셈이다. 실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셀프 대출 투기’ 의혹은 엘에이치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과 마찬가지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꼴’이라는 비판을 사기에 충분하다. 엘에이치 직원들이 업무상 알게 된 개발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나섰다면, 두 농협의 직원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금융기관에서 편법으로 투기 종잣돈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 내규상 ‘임직원 대출’을 통해서는 본인 소유 주택 외에 농지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없는데, 이들은 가족 명의로 농지담보대출을 받아 규제를 피해 갔다. 가족 등 이해관계자 대출의 경우 본인은 대출 심사에서 빠져야 한다는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두 농협은 엘에이치 직원들이 광명 새도시 후보지에서 땅 투기를 할 때 대출을 해준 곳이다. 농협 직원들이 엘에이치 직원들의 대출을 다루면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내기 바란다. 마음만 먹으면 가족을 내세워 쉽게 피해 갈 수 있을 정도로 ‘임직원 대출’ 규제 등 내부 통제 장치가 허술한 건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 또 적발이 되더라도 ‘주의’ 또는 ‘견책’ 수준의 약한 처벌을 받는 것도 문제다.

전국에는 1000개가 넘는 지역조합(농협·축협)이 운영되고 있는데, 다른 곳에선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소지가 없는지 점검할 필요도 있다. 지금 국민들은 엘에이치 사건을 계기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가 전국에서 벌이는 부동산 투기 수사를 지켜보며 허탈감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낀다. 공직자들의 투기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어디든 직무 수행 과정에 부동산 투기 욕망이 발 디딜 수 없도록 촘촘한 감시망을 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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