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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해직교사 특별채용’이 공수처 ‘1호 사건’이라니

등록 2021-05-11 18:23수정 2021-05-12 02:38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서울시교육청의 해직교사 특별채용을 첫번째 수사 대상으로 선택했다. 조희연 교육감이 2002년 대통령 선거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정치적 활동을 하다 해임된 교사 5명을 2018년 특별채용했는데 이에 반대하는 부교육감 등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감사원에 의해 고발된 사건이다. ‘공수처 1호 사건’의 상징성에 한참 미달하는 선택이어서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우선 이 사건은 혐의 성립 여부나 가벌성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 교사들의 정치활동 금지는 국제노동기구(ILO)가 협약 위반이라며 법 개정을 권고하는 등 국제기준과 어긋나는 규제다. 과거 정치활동을 이유로 해직당한 교사들의 구제는 어찌 보면 정당한 조처이고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절차상 규정 위반이 있다면 문제될 수 있겠으나 조 교육감 쪽은 ‘특별채용 대상자를 사전에 특정했다’는 등의 감사원 감사 결과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절차상 흠결이 드러난다 해도 고위공직자의 중대 범죄를 수사하는 공수처의 상징적 사건으로 삼을 만한 사안은 아니다. 감사원이 애초 이 사건을 국가공무원법상 시험·임용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는데 이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 범죄도 아니다. 공수처는 경찰에서 사건을 이첩받아 더 무거운 죄목인 직권남용을 적용해 입건했다.

무엇보다 형사사법 개혁 차원에서 지난한 진통 끝에 출범한 공수처라면 기존의 수사기관인 검경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해 비판받아온 범주의 사건을 최우선으로 선택하는 게 바람직했다. 특히 기소권까지 공수처에 주어진 판검사와 고위 경찰관 관련 사건을 객관적이고도 엄정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관련 사건이 1호 수사 대상으로 거론돼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조 교육감 사건은 감사원이 사건화한 것이고, 공수처가 수사해 기소 대상이라고 판단하면 다시 검찰로 넘겨야 한다. 두 기관 사이에 끼어 공수처의 존재감은 왜소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공수처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검찰 등 다른 기관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덜한 사건을 선택한 게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온다. 사실이라면 근본적 사명을 망각한 협량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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