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투기 의혹에 대해 지난 17일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위에는 맑아지기 시작했는데, 아직 바닥에 가면 잘못된 관행이 많이 남아 있다”며 “그런 것까지 고치려면 재집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19일엔 “우리는 관리를 잘못한 일이지만, 오세훈 후보는 (서울 내곡동 그린벨트 해제를) 자기가 한 일이니, 차원이 다르다”며 “이것 때문에 위축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어처구니가 없다.
정치인인 이 전 대표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을 돕겠다고 나선 걸 탓하고 싶지 않다. 그는 “문재인 정부를 지켜야 한다고 작심했다”는 절박한 심경도 드러냈다. 하지만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민심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사실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그의 주장은 주관적일 뿐 아니라 부적절하기까지 하다.
엘에이치 사태의 본질은 3기 새도시 개발 정보를 알 수 있는 직원들이 미리 땅을 사들여 막대한 차익을 얻으려 했고, 내부 제보도 묵살했다는 것이다. 임기를 1년여 남겨둔 문재인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공공주도형 주택공급 대책’을 책임질 엘에이치에서, 그것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장으로 재직할 때 발생한 일이라는 점에서 정부 정책의 신뢰를 뿌리째 흔드는 중차대한 사건이기도 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문 대통령도 지난 16일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라고 직접 사과했다. 이 전 대표의 언행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할 수 있다.
더욱이 양이원영, 양향자 등 7명의 민주당 국회의원이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탁한 아랫물을 탓한 이 전 대표의 주장은 이런 사실관계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이 거스를 수 없는 해법으로 논의될 만큼 ‘윗물의 투기’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서울 내곡동 그린벨트를 풀어 보상금 36억원을 받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공격하는 것 역시 이 전 대표의 자유다. 하지만 엘에이치 비리를 “우리는 관리를 잘못한 일”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위축될 필요 없다”고 말한 건 도를 넘어선 것이다. 민심과 동떨어진 이해찬 전 대표의 발언이 단지 개인의 생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여권 내부의 안이한 인식을 반영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