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를 표명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국토발전전시관에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새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변 장관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의를 수용했다. ‘엘에이치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는 상황에서 민심 이반을 수습하기 위해 서둘러 사의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변 장관이 엘에이치 직원들의 땅 투기에 책임이 크고 이번 사태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사퇴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정부 합동조사단 전수조사 결과 투기 의심 사례 20건 중 11건이 변 장관의 엘에이치 사장 재직 시절 일어난 일로 확인됐다. 투기 방지를 위한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변 장관은 부적절한 발언으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엘에이치 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산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가 하면, 국회 답변에선 “일부의 일탈”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다만 ‘2·4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이 매우 중요하다. 변 장관 주도로 추진한 공공 주도형 주택 공급 대책과 관련된 입법의 기초 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정부가 비판받아야 하는 건 마땅하지만, ‘2·4 대책’이 좌초돼 그 피해가 무주택 서민·중산층에게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보수 야당과 언론은 엘에이치 사태를 빌미로 부동산 정책의 근간을 흔들려고 하는데, 옳지 않다.
여야 정치권도 엘에이치 사태 수습에 힘을 보태야 할 때다. 그런데도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두고 ‘핑퐁’을 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만나 국회의원 300명 전수조사 방안과 특별검사 도입을 논의했으나 합의하지 못했다. 김 원내대표는 “여야가 함께 전수조사를 받자”고 제안했으나, 주 원내대표는 “여당이 먼저 하면, 우리도 알아서 조사하겠다”고 되받았다. 엘에이치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면서 새도시 개발과 관련된 공직자 전체로 투기 조사가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도 내부 개발정보에 접근할 기회가 누구보다 많은 국회의원은 행정부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국민들이 언제까지 두고 볼 것 같은가? 여야는 신속히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
검찰 수사나 특검 도입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유감스럽다. 지금은 합동특별수사본부가 검찰과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땅 투기 관련 불법행위를 낱낱이 파헤칠 수 있도록 정치권이 힘을 실어줄 때다. 4·7 재보궐선거를 의식해 수사 주체 문제를 정쟁화하거나 보여주기식 제안으로 범죄 대응에 혼선을 초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