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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 선포, 빈말 아니어야

등록 2021-03-11 20:25수정 2021-03-12 02:44

1차 조사 ‘LH 직원 20명 적발’ 한계
특수본 강제수사로 끝까지 파헤쳐야
‘망국병’ 부동산투기 뿌리뽑는 계기로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대상으로 벌인 토지거래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질문에 나선 취재진을 지목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대상으로 벌인 토지거래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질문에 나선 취재진을 지목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부 합동조사단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3기 새도시 등 8개 개발지구에서 엘에이치 직원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해 수사를 의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며 “모든 의심과 의혹에 대해 이 잡듯 샅샅이 뒤져 티끌만한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1차 조사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 국토교통부와 엘에이치 직원에 한정해 본인 실명 거래만 확인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조사 대상 1만4300여명 중 투기 의심 사례는 0.14%에 불과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이 제기한 의혹에서 7건을 추가 적발하는 데 그쳤다. 전형적인 투기 수법인 차명거래와 미등기전매 등의 불법행위는 손도 못 댔다. 진짜 투기꾼들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땅 투기 의혹의 전모를 밝혀내려면 계좌추적과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외엔 방법이 없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770명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가 빈틈없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불법 투기를 끝까지 파헤쳐야 할 것이다.

눈만 뜨면 새로운 투기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쏟아지고 있다. 경기 광명·시흥 공무원들의 새도시 토지거래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의원 가족들의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내일은 또 어떤 의혹이 터져나올지 겁이 날 지경이다.

정부는 조만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공기업 직원과 가족 등 10만여명에 대해 2차 전수조사를 벌일 계획을 밝혔다. 이 정도론 부족하다. 정부의 조사 대상은 새도시 등 8곳과 인접 지역에 국한됐다. 그러나 현재 전국 공공주택 개발 예정지가 65곳에 이르고, 지방자치단체 단위의 중소형 택지개발 예정지도 수두룩하다. 미공개 개발 정보에 접근 가능한 이들 역시 유관기관 종사자만이 아닐 것이다. 조사 지역과 대상에 제한을 두지 말고 모든 개발 예정지와 공직자 전체를 조사해야 한다.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이 빈말로 그치지 않으려면 비상한 각오로 나서야 할 것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원 300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제안했고 국민의힘도 “모든 공적 영역에 대한 성역 없는 조사”를 촉구했다. 정치권도 예외일 순 없다. 국회 스스로 모범을 보이길 바란다.

‘엘에이치 사태’는 공직사회 전체의 신뢰가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다. 국민들은 공직사회의 땅 투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오랜 부패 관행의 극히 일부가 드러난 것뿐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고위공직자의 40%가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통계를 내놓은 바 있다. 투기 의심 사례만 본보기식으로 수사·처벌한다면 더 큰 국민적 분노에 직면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공직사회뿐 아니라 거대한 부동산 투기의 부패 사슬을 낱낱이 드러내고 도려내야 한다.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는 분기점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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