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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형제복지원 불법’ 단죄 비켜간 아쉬운 대법 판결

등록 2021-03-11 18:22수정 2021-03-12 02:40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정근식 위원장(왼쪽)이 지난해 12월10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 위치한 사무실 내 민원실에서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자모임 대표로부터 진실규명 신청을 받고 있다. 백소아 기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정근식 위원장(왼쪽)이 지난해 12월10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 위치한 사무실 내 민원실에서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자모임 대표로부터 진실규명 신청을 받고 있다. 백소아 기자

1970~80년대 이른바 ‘부랑인 선도’를 명목으로 시민들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학대, 성폭행 등을 저지른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당시 복지원장의 무죄 판결이 잘못됐다며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2018년 제기한 비상상고가 11일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국가 정책으로 대대적 인권 유린이 벌어진 사건에 대해 뒤늦게나마 법적 단죄를 내릴 기회가 무산됐다. 다만 대법원은 법리상 불가피성을 내세워 비상상고를 기각하면서도 “헌법의 최고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됐다”고 이 사건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했다.

비상상고는 판결의 ‘전제 사실’을 다시 다투는 재심과 달리, 원판결이 법을 잘못 적용했는지만 따지는 제도다. 원판결은 형제복지원이 부랑인 단속·수용을 규정한 당시 내무부 훈령 등을 근거로 운영된 만큼 형법 20조(법령에 의한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내무부 훈령 자체가 위헌·무효이므로 이를 근거로 형법 20조를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며 비상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판결이 이 훈령이 무효임을 간과했다는 점은 형법 20조의 적용에 관한 ‘전제 사실’을 오인한 것에 해당한다”며 비상상고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적 안정성을 강조해 비상상고 허용 범위를 좁게 해석했다고 하나, 위헌·무효인 법령을 전제로 한 판결이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고아, 장애인 등 3천여명이 불법 감금돼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당했고 확인된 사망자만 550여명에 이르는 사건의 무게를 고려하면 이번 판결은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얼마 전 출범한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형제복지원 사건을 1호로 접수했다. 대법원도 이를 언급하며 “정부의 적절한 조치를 통해 피해자들의 아픔이 치유돼 사회 통합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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