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9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한 마을 주택과 축사 지붕에 소들이 올라가 있다. 이 소들은 주변 축사에서 사육하는 소들로 전날 폭우와 하천 범람에 물에 떠다니다가 지붕 위로 피신한 뒤 물이 빠지면서 지상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머물러 있었다. 연합뉴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지난해 말 회원국들한테서 받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취합해보니, 오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가 2010년에 배출했던 양에서 불과 0.5%밖에 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50년 ‘탄소 중립’으로 가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목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2015년에 제출한 감축 목표를 산정 방식만 바꾼 채 그대로 내는 바람에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국가’로 지목됐다. 말로는 ‘그린뉴딜’을 한다면서 국제사회로부터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거듭 자초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이 26일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이번에 2030년 감축 목표를 제출한 나라는 197개 회원국 가운데 75개국뿐이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감축 목표를 각 나라가 자발적으로 정해 제출하도록 한 제도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의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탄소중립에 이르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이상 감축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1.5도는 지구가 파국을 피해 갈 수 있는 과학적 마지노선이다.
그런데도 상당수 국가가 아예 감축 목표를 제출하지 않거나 미미한 수준으로 제출했다는 건 기후위기의 핵심 원인이 ‘위기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각국 정부에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태도는 나라마다 편차가 크다. 이번에 유럽연합(EU) 27개국은 단일 목표를 제출했고, 영국과 유럽연합, 아르헨티나, 칠레, 노르웨이, 케냐, 우크라이나 등이 제출한 목표는 2015년보다 크게 높아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멕시코, 뉴질랜드와 함께 2015년의 목표를 그대로 제출한 나라에 속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회원국들에 감축 목표를 높여 다시 제출하도록 촉구했다. 우리 정부는 산정 방식만 고쳐 제출한 것에 대해 국내에서도 ‘숫자놀음’이라는 비판이 거세자 감축 목표를 다시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숫자만 고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탄소중립은 사회 전반의 구조를 저탄소 체계로 대전환하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가덕도 신공항도 탄소 배출을 크게 늘릴 요인으로 비판받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눈앞의 선거보다 훨씬 시급한 과제로 삼아야 다가오는 재앙을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