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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범죄 의사’ 비호하려 백신 접종 협력도 거부하나

등록 2021-02-21 18:28수정 2021-02-22 02:40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비대면 화상회의로 열린 의사협회-16개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비대면 화상회의로 열린 의사협회-16개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 19일 중대 범죄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의사의 면허를 제한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하자 대한의사협회 등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협력 중단’까지 언급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직능단체가 구성원의 이익을 지키려는 걸 뭐라 할 수 없지만, 최소한의 합리성이라도 갖췄을 때의 얘기다. 다른 직능과의 형평성은 무시한 채 유일무이한 특권을 누리겠다는 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다. 더구나 이를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협박 수단으로 삼는 건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될 것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가 직무와 관련한 범죄가 아니면 아무리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의사 면허를 중지하거나 취소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때문에 형을 마치고 나면 얼마든지 의사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반면 의사처럼 국가 면허가 있어야 하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법무사 같은 전문가들은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자격이 박탈되거나 일정기간 정지된다. 국회의원도 의원직을 상실한 뒤 5~10년 동안 선거에 나설 수 없다. 한국 의사들의 이런 특권은 외국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현행 의료법 면허 조항은 2000년 의약분업 때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무마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당연히 문제제기도 이어져왔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살인·강도 등 4대 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2867명이고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613명인데, 다수가 면허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 다음달 의협 회장 선거에 입후보한 이들이 일제히 “자율 징계를 통해 관리 가능한 문제”라며 “(의료법 개정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는데, 그런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개정안은 여야 의원 여럿이 발의한 안들을 놓고 오랜 협의 끝에 합의한 내용이다. 더구나 의사단체 요청으로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제외하고, 징벌적 성격의 영구 면허 취소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도 최대집 의협 회장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협력을 전면 중단하는 등의 투쟁방식을 논의하겠다”고 했고, 시·도의사회 회장들도 “전국 총파업 등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맞장구쳤다. 온 국민이 차질 없는 백신 접종을 바라며 마음을 졸이고 있다. 의협 지도부는 언제까지 특권에 집착해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볼모 삼는 버릇을 되풀이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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