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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법무장관-민정수석 ‘검찰 인사’ 갈등, 볼썽사납다

등록 2021-02-17 20:31수정 2021-02-22 08:23

지난해 12월31일 청와대에서 신임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수석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에 대한 소회와 각오를 밝히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난해 12월31일 청와대에서 신임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수석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에 대한 소회와 각오를 밝히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최근 검사장급 인사를 둘러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을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사의를 밝혔다. 문 대통령이 거듭 만류했지만 물러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한다. 보기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보면,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은 검찰 쪽 의견을 좀 더 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박 장관이 검찰 인사를 밀어붙인 데 대한 불만 표출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법무부 장관이 (신 수석과) 조율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에게) 인사안이 보고되고 발표된 것”이라며 “박 장관이 자기주장을 관철하는 대로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장관이 검찰 인사안을 마련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민정수석과 충분히 조율하고 민정수석을 통해 대통령 재가를 구하는 것 또한 관행이다. 문 대통령이 ‘추-윤 갈등’에 대해 사실상 국민에게 사과하고 검찰 출신인 신 수석을 발탁한 건 그에게 법무부와 검찰의 이견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달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박 장관은 신 수석의 반대를 우려해 문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를 하고 인사를 했다. 이해하기 힘든 일처리 방식이다.

문 대통령의 위신도 손상을 입게 됐다. 여권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이 신 수석과 조율을 거쳤을 것이라고 생각해 박 장관의 인사안 발표에 동의했다고 설명한다. 이번 일이 문 대통령과 무관하다는 해명인데, 청와대의 업무 처리 관행에 비춰볼 때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와 내각을 제대로 통할하고 있는지, 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국민들은 새로 임명된 박 장관과 신 수석이 1년 이상 이어져온 ‘추-윤 갈등’을 수습하고 법무부와 검찰 모두 심기일전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했다. 신 수석의 사의 파동을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 재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는 걸 청와대는 유념해야 할 것이다.

신 수석도 신중하게 처신하기 바란다. 신 수석은 여권과 법조계 인사들에게 “자존심이 상한다. 창피해서 더는 못 하겠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 한다. 법무부와 검찰 간의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가 들겠지만, 수석비서관은 참모일 뿐이다. 대통령에게 조언을 할 수는 있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대통령이다. 대통령과 뜻이 맞지 않아 함께 일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면 사의를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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